20일 넘게 끌어온 롯데그룹 형제간의 대결이 신동빈 회장의 일방적 승리로 끝났지만, 진짜 승자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종업원지주회였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번 주총을 통해 롯데 경영권을 쥐고 흔들 정도로 막강한 권한과 위상이 재확인되면서 일본이 한국 롯데를 지배한다는 인상만 강하게 풍겼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18일 롯데그룹과 재계 등에 따르면 이번 경영권 분쟁의 중대 분수령이 됐던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가 15분 만에 끝났다. 신 회장이 제안한 사외이사 선임, 법과 원칙에 의거한 경영방침 확인 등의 안건이 일사천리로 통과되면서 신 회장은 ‘원롯데, 원리더’ 체제에서의 입지를 굳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언제라도 돌아설 수 있는 우리사주를 등에 업은 불안한 승리”라면서 경영권 분쟁이 완전히 끝난 게 아니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주총을 통해 신 회장이 계열사 사장과 노동조합 등의 지지를 모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이 언제든지 태도를 바꿀 가능성도 남아 있어 ‘미완의 승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한국 롯데를 지배하고 있는 호텔롯데의 대주주인 일본 롯데홀딩스가 일본 종업원과 계열사, 임원들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인상만 심어줘 ‘롯데는 일본 기업’이라는 이미지만 더 심화됐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롯데홀딩스의 주주 구성은 비상장사인 만큼 베일에 가려 있지만, 신 회장이 지난 대국민 사과 때 밝힌 대로라면 광윤사와 종업원지주회, 임원들이 콘트롤할 수 있는 계열사가 각각 3분의 1 정도로 나뉘어 있다. 경영권 분쟁의 당사자인 신 회장은 1.4%밖에 없고, 형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도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롯데에 대한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와 계열사의 권한이 얼마나 막강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동생과의 주총 대결에서 패배한 후 홀로 발길을 돌린 신 전 부회장도 종업원들을 먼저 언급했다. 신 전 부회장은 “지금까지 사원 여러분과 현장에서 노고를 나눠 왔고, 앞으로도 사원 여러분과 현장에 서서 고객과 노고를 나눠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스로 믿는 바를 일관되게 지키며 (회사) 동료인 사원 여러분, 거래처 여러분과 함께 걸어가겠다”고 종업원 지주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 전 부회장은 이어 경영권 싸움을 계속하겠다고 밝혀, 신 회장 측에서도 헤쳐나가야 할 난관이 많다. 재계 관계자는 “대국민 사과 때 약속했던 순환출자 해소와 호텔롯데 상장 및 지주회사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며 “내수 기업인 만큼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 일본 기업이라는 이미지 해소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