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노동시장 개혁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제시했다. 이들은 한편에서는 부족한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개혁이 제대로 시행될 것을 주장한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근본적인 구조를 개선하지 않은 채 단기적 처방으로는 별다른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노동개혁의 최대 쟁점인 ‘임금피크제’ 및 ‘고용 유연성 확보’와 관련, “임금피크제 도입은 청년들 일자리를 만들어주자는 취지”라며 “한번 채용하면 성과가 안 좋아도 해고가 어렵다. 정년이 보장된 상황에서 노동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고용 유연성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노사정위원회에 한국노총을 끌어들이기 위해 두 쟁점에서 양보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과 관련, “두 사안에 대해 양보하면 노동개혁의 취지가 무색해진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타협을 통해 타결하는 네덜란드식이나 밀어붙이는 독일식 방법이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는 두 가지 다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양보하면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할 수 있다”며 “정부에서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이번에도 하나마나 식의 개혁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현재 정부와 노동계의 입장차가 커서 대치가 길어지고 있는 상황의 해법으로 “기득권이 양보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노동개혁의)국민적 여론과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정부는 지금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세미나나 홍보 등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 저돌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노동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정부·여당에서 시행하는 개혁안이 실효성이 없으며, 오히려 쟁점 방안이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노 소장에 따르면 노동계에는 쉬운 해고와 임금 피크제 문제 모두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불안감이 근저에 깔려있다.
노 소장은 “정년 연장 혜택을 보는 사람이 극소수고 50도 넘어서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임금피크제가 너무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것도 문제이다. 기업마다 사정이 다른데 국가가 획일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그렇고 임금을 깎더라도 청년 고용에 쓰인다는 보장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큰 틀에서 사회적 고통분담 부분을 같이 논의해야 하는데 세대 간 일자리 갈등처럼 아버지와 아들의 간에 자존심 대결로 가는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다만 노동시장 내에 ‘임금격차’ 등 많은 문제가 있다며 개혁의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그는 “노동계가 자기들 이익만 위한 활동에서 벗어나 비정규직 노동자 간접고용, 저임금 노동자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역할이 필요하다”면서 “본질적으로 자본과 노동의 문제를 논의해야하고 그 다음에 노동내부에 격차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당부했다.
노 소장은 해법으로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며 “조세제도도 바꿔야 하고 사내외의 수직적 관계를 수평적으로 바꿔야 한다. 질 좋은 중소기업 일자리 만들기 등을 논의해야 한다. 지금 상태로는 노사간 타협이 이뤄지기가 어렵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