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오후 지하철에서 선잠에 들었다 문득 깨어 보니 노약자석에서 할머니 몇 분이 바깥 경치에 취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같은 공간의 다른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언제부턴가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스마트폰에 푹 빠진 사람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사람과의 대화가 아닌 기계의 도움으로 정보를 얻고 웃고 즐기는 모습을 보면 세상이 점점 삭막해져 가는 느낌마저 든다.
친구나 애인, 가족에게 카톡으로 단 몇 초면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요즘 대학생들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과거 1990년대 대학시절을 보낸 3040세대는 아마도 기억할 것이다. 삐삐가 울리면 주머니에 동전 몇 개를 들고 공중전화기로 달려가던 일, 공중전화기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며 주변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우연히 앞사람의 전화내용을 듣고 공감하며 생각에 빠지던 모습을….
하루 종일 항상 소지하는 네모난 작은 상자 스마트폰을 보면 어쩌면 자유로운 영혼이 온라인 세상 한 곳에만 정지되어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간혹 대중교통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지 않고 종이 냄새가 물씬 나는 신문이나 소설책을 읽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그 사람을 다시 쳐다보게 된다. 찰나의 흥미거리가 없으면 다른 어플로 휙 넘어가 버리는 스마트폰보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다음 장면을 생각하는 맛이 주는 매력을 아는 사람이구나 싶어서다.
뜬금없는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가끔은 스마트폰을 버려두고 오귀스트 로댕의 조각상 ‘생각하는 사람’처럼 사색(思索)에 빠져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