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달러 강세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오르는 현상이 금융 불안을 키우기보다는 수출 여건의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3일 ‘원화환율 급등세, 금융불안 우려보다수출개선 기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외국인 자금의 대거 이탈에 따른 금융불안 우려는 크지 않고, 그동안 엔저와 유로화 약세 등으로 악화된 환율 여건의 개선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1100원 언저리에서 등락하던 원·달러 환율은 7월말 1170원 수준으로 상승해 1개월 사이에 원화 가치가 달러화에 비해 4.6% 하락했다. 지난해 말 대비로는 6.7% 내렸다.
올 7월에 원화보다 자국 통화 가치가 많이 하락한 곳은 콜롬비아, 브라질, 러시아, 칠레, 호주, 캐나다 정도다.
이 위원은 외국인 투자자금이 이탈하고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있지만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특히 2013년 5월 금융시장이 요동쳤던 ‘긴축 발작(테이퍼 탠트럼)’ 때와 비교해 우리나라 국채에 대한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나 외평채 가산금리가 환율 변동에도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하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이 위원은 “3800억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과 연간 1000억달러 이상의 경상수지 흑자, 낮아진 단기외채 비율 등 개선된 외환건전성이 그 바탕”이라고 설명했다.
또 수요 부진과 저유가로 인해 물가상승률이 낮은 상황이라 환율 상승으로 수입물가가 오르더라도 전반적인 물가안정 기조를 흐트러뜨릴 정도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원화 약세가 이어질지 좌우할 중요한 요소는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 경제의 향방이다. 이 위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9월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고, 일본과 유로존이 추가 양적완화에 나설 가능성이 적다는 점을 들어 원화의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설 정도의 원화 추가 약세 가능성은 여전히 낮지만 중국 경제의 성장세 둔화가 예상보다 심해지고 중국 금융시장의 불안이 깊어진다면 상대적으로 원화 약세가 심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위원은 “우리나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이나 미국의 주시하는 대상이기 때문에 원화절상 억제를 위해 정책 당국이 운신할 폭이 제한돼 있다”며 해외투자 확대 방안과 통화정책의 변화가 원화절상 억제 수단으로 한층 중요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