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기자의 그런데] '청춘' 울리는 탈모 이야기

입력 2015-08-03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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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드라마스페셜 '머리 심는 날')

"여자친구에게 탈모약을 들켰습니다. 당황해서 그 순간 두통약이라고 둘러댔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올해 32살의 직장인 A씨. 자동차 콘솔박스에 깊숙히 넣어놨던 경구용 탈모약을 여자친구가 우연히 발견했다는군요. 다행히(?)도 여자친구가 A씨의 말을 의심하지 않고 그냥 넘어갔지만, A씨의 고민은 깊어지게 됐습니다. 결혼을 생각하는 관계인 만큼 여자친구에게 탈모약 복용 사실을 털어놓을까도 생각해봤지만, 결혼할 때까지 절대 말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친구들이 더 많기 때문이죠.

탈모 인구 1000만 시대. 중년 남성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탈모가 최근에는 나이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국내 탈모 인구가 전 국민의 14%, 약 700만명으로 추산했습니다. 여기에 탈모 잠재인구까지 포함하면 무려 1000만명에 달합니다.

한 마디로 우리나라 5명 중 1명은 탈모로 고민하는 셈입니다. 특히 20~30대 젊은층에서 탈모 환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데요. 국민건강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전체 탈모 환자 중 20~30대 환자 비중은 4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탈모 때문에 남모를 고통에 빠진 여성들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사진=KBS 드라마스페셜 '머리 심는 날')

안타까운 점은 젊은 탈모 환자들이 대인관계는 물론 취업과 연애, 결혼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한피부과학회에서 2012년 탈모 환자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탈모로 인해 대인 관계에 부담을 느낀다는 응답자는 63%. 이성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람은 41%였습니다. 또 취업·면접 등 사회적 불이익을 겪었다는 탈모 환자는 10.7%나 됐습니다.

포털사이트 네이트 판. 얼마 전 "사기결혼 당한 것 같다"는 29세 기혼 여성의 사연이 뜨거운 이슈였습니다. 내용인즉슨 결혼한 지 2개월 째 우연히 가발을 벗은 남편을 보게 됐고, 충격과 배신감 때문에 심각하게 이혼을 고민하고 있다는 사연이었습니다. 네티즌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습니다. 여성이 느끼는 배신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겨우 탈모라는 문제 때문에 이혼까지 생각하는 건 지나치다는 의견도 팽팽하게 맞섰습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탈모는 우리나라만 겪는 문제가 아니라 지구촌 남성들 모두가 겪는 문제죠. 하지만 타인의 시선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사회 분위기에서 탈모인이 겪는 스트레스는 다른 나라보다 크다는 지적입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탈모에 부정적이다 보니 사회활동에서 불이익 요소가 된다는 것이죠.

반면, 대다수 국가의 경우 취업이나 연애 등에 있어서 탈모가 커다란 장애 요소가 아니라고 합니다. 일부 유럽 남성들은 경우 탈모가 시작되면 오히려 머리카락이 더 빠지길 기대한다고 하네요. 아예 시~원하게 머리카락을 밀면 '쿨'해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탈모는 다른 질병과 달리 개인의 자신감, 자존감에 큰 영향을 줍니다. 탈모의 원인은 대부분 유전이지만 최근에는 스트레스 등 환경적 요인으로 인한 탈모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경기가 침체하면 스트레스가 늘고 탈모 인구가 증가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죠.

머리 숱이 많은 부모를 택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경기가 호황이어서 취업 걱정, 스펙 걱정 안 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탈모 치료는 적게는 수 십만원에서 많게는 수 백만원까지 드는 데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타인의 시선 때문에 쉬쉬하다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데요. 탈모 원인이 자신의 탓도 아닌데, 불이익의 몫은 모두 청춘들이 감당해야하는 것 같아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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