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 노조가 임직원들이 지분을 투자해 직접 인수 주체가 되어 ‘종업원 지주 회사’ 방식으로 대우증권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우증권 노조는 이날 오전 성명서를 내고 대주주인 산은지주의 매각 작업에 대비해 임직원이 주체가 되어 회사를 인수하는 작업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자용 대우증권 노조위원장은 “대우증권 직원들은 그 어떤 주체보다도 대우증권의 대주주가 될 자격을 충분히 갖추고 있으며, 향후 대우증권을 발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적임자라 확신한다”며 “대우증권 인수를 위한 세부적인 구조가 확정되는대로 임직원분들의 여론을 수렴하고, 회사를 공동으로 경영할 국내외의 전략적 투자자와 국민연금 등 중장기 재무적 투자자를 확보하기 위한 실무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대우증권 노조가 ‘종업원지주회사’ 방식으로 인수전에 참여할 의중을 직접 밝힌 것이다.
노조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 대우증권의 시가총액은 4.7조원 수준이다. 향후 유사시 투자자금 회수를 위해 금융지주회사로 재매각 가능성을 감안한 최소 30%+1주를 인수한다고 가정할 경우 금액으로는 1.4조원 규모가 된다.
그러나 과다한 인수대금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임직원들이 단독으로 대우증권을 인수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르고 외국계 금융사 또는 PEF등 일종의 전략적 투자자와 함께 반반씩 인수한다고 감안하면 7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는 것.
이 위원장은 “물론 전략적 투자자는 일정부분 경영권 프리미엄을 산은지주에 지불해야 한다”며 “앞서 언급했듯 대우증권 임직원들은 대주주 지분가치 상승에 대한 기여분을 감안할 때 특수목적회사 설립을 통해 지분을 시가로 인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우증권 노조는 향후 인수 방안이 정해진다면, 대우증권 임직원들이 대우증권 인수를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회사에 1인당 1억원 수준을 투자하고 동일 금액을 대우증권의 보증으로 임직원들이 대출을 받는다면 7000억원 수준의 인수금액 확보가 그리 어렵지 않다고 전망했다.
이 위원장은 “물론 인수금액이 미달될 경우 투자자를 임직원 중 희망자뿐 아니라, 대우증권이 ‘종업원 지주회사’가 되는데 공감하는 수많은 다른 주체들로 확대시키는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 할 것”이라며 “설사 인수에 실패하게 되더라도 대우증권의 임직원들이 회사의 주인임을 세상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며, 인수 과정에서 임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전 세계적으로 종업원들이 지분을 보유한 종업원 지주회사가 존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런던올림픽 주경기장의 주 시공사로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탄 ‘CH2M HILL’이라는 회사는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 본사를 둔 1946년에 설립된 엔지니어링 건설 기업으로, 지분의 100%를 종업원들이 보유했다. 또한, 영국인들로부터 '꿈의 직장'으로 불리며, 작년 창립 150주년을 맞은 영국의 유명한 관광지중의 한 곳이기도 한 '존 루이스 백화점' 역시 대표적인 종업원 지주회사다.
이 이원장은 “이러한 종업원지주회사의 성공사례는 세계에 수 없이 많다”며 “종업원지주회사에서 임직원들은 최고 직장의 주인처럼 행동하게 되며,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활동에 가장 유리한 결정을 내리게 되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우증권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현대증권 매각 작업이 마무리 되는대로 이르면 이 달 중 매각 주관사 선정 등 공개 매각 작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현재까지 KB금융지주, 한국금융지주, 중국계 시틱그룹 등이 잠재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