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내놓은 ‘조건부 노사정 대화 복귀’ 제안을 정부가 사실상 거부했다. 노동계가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저성과자 해고’ 관련 자료를 전격적으로 발표함으로써, 대화 재개를 위한 양보의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노사정 대화를 위해 일정부분 양보할 뜻을 내비쳤던 한국노총은 격앙된 분위기이다.
◇ 정부 ‘저성과자 해고’ 사례 담은 자료 내놔 = 정부출연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은 2일 ‘공정한 인사평가에 기초한 합리적인 인사관리’라는 자료를 발표했다.
고용노동부의 요청으로 발표된 이 자료에는 직무능력이나 실적이 뒤떨어진 근로자가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 조치 등을 당한 3개의 실제 사례가 담겼다.
가령 근로자 A씨는 1986년 입사해 2006년부터 영업본부 차장으로 고객 상담업무를 맡았으나, 2006∼2008년 인사평가에서 매년 최하위등급을 받았다. 이에 사측은 A씨를 직무능력 부진자 등의 능력 향상을 위한 ‘역량향상프로그램’ 대상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A씨는 프로그램에 성실하게 참여하지 않아 재교육 대상자 중 성적 최하위를 기록했다. 2010년 2월 사측은 그를 해고했고, A씨가 낸 부당해고 구제신청은 중앙노동위원회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연구원은 “정부는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인사관리모델 등을 적극적으로 발굴, 홍보해 우리 사회에 공정한 평가에 의한 합리적 인사관리모델을 정착시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노동계 “대화하자는데 침 뱉는 격”…夏鬪 격화 예고 = 노동계는 격앙된 분위기이다. 최근 한국노총 김동만 위원장이 ‘조건부 노사정 복귀’ 의사를 밝혔는데도, 그 조건에 정면으로 거스르는 자료를 바로 발표한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반해고는 현재 법적으로 인정되는 징계해고, 정리해고 외에 저성과자나 근무불량자 등을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직결돼 노동계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정부가 한국노총의 조건부 복귀 의사를 받아들여 노사정 대화를 재개할 것이라는 기대가 물거품이 된 셈이다. 나아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연대투쟁으로 하투(夏鬪)가 격화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두 노총은 정부가 일방적인 노동개혁을 강행하면 대규모 집회와 시위, 총파업 등으로 맞선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한국노총은 18년 만에 총파업을 의결했으며, 정부가 해고요건 완화 등을 밀어붙이면 총파업을 단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