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날 오후 귀국할 것으로 예상됐던 신동빈 회장이 제사에 참여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가족회의는 오히려 반(反) 신동빈 가족 모임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신 사장은 신동주 전 부회장과 함께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신동빈 롯데 회장의 해임에 함께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 사장은 일본 롯데 재직 시절 롯데리아를 키운 것으로도 유명하다.
신 사장은 친형제인 신춘호, 신준호 회장들과 달리 신 총괄회장과 법정싸움을 하지 않은 유일한 동생이다. 이 때문에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누구 편을 드느냐에 따라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그는 31일 오후 김포공항에 입국하면서 신 총괄회장이 정상적인 판단이 가능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네 그럼요”라고 대답했다. 신 동빈 회장과 롯데그룹 측이 “고령에 따른 판단 능력이 흐릿할 수 있다”는 것과 는 반대대는 언급이다.
반면 롯데일가의 반대편에 홀로 서 있는 신 회장은 이날 예약했던 항공편을 취소하고 귀국 일정을 연기했다. 전 가족이 자연스럽게 모일 수 있는 대타협의 기회가 날아간 만큼 경영권 분쟁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왕좌 자리를 놓고 그룹의 갈등이 신동빈 회장 대 그룹일가 구도로 흘러가고 있어 자칫 제사를 빌미로 이번 모임이 반 신동빈 전선이 더욱 공고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모임에서 형제의 모친이 중재자 역할로 나서며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시게미쓰 하츠코씨는 신동빈 회장 쪽으로 기울어진 것으로 인물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로서는 신 총괄회장을 설득할 수 있는 몇명 안되는 인물인 만큼 역할이 기대된다. 롯데그룹 주변에서는 애초 ‘동주-일본, 동빈-한국’이라는 경영권 분리와 이에 따른 지배구조 개편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이날 신 총괄회장의 부친인 고 신진수씨의 제사는 롯데호텔에서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신동주 전 부회장의 서울 성북동 자택에서 열렸으나, 신 총괄회장의 거동이 불편한 데다 롯데호텔 주변에 몰려있는 취재진 때문에 가족 전체가 움직이기 힘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