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 당명 개정 논의가 시작됐다. 이번에 또 당명을 바꾸면 지난 2000년 1월 새천년민주당 이후 9번째다. 2년에 한 번꼴로 간판을 바꿔 단 새정치연합의 과거사는 열린우리당, 민주통합당, 통합민주당 등 그 이름을 외우기도 힘들 정도다.
한 중진 의원은 31일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선거가 다가오면 선거에 이기기 위해 바꾸고, 선거에서 지면 졌다고 바꾸고, 이런 병적인 당명 개정은 야당인 우리가 스스로 패배주의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에 당명 개정에 불을 붙인 건 손혜원 홍보위원장이다. 그는 한 라디오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브랜드 가치 면에서 부정적”이라며 “사람들이 읽기 불편하다는 건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당내에서는 현 당명이 길고 어려운 데다 여전히 ‘민주당’으로 부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특히 새정치연합의 사실상 ‘저작권자’인 안철수·김한길 두 전 공동대표가 당명 개정 가능성을 열어놓은 데 이어 문재인 대표까지 검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논의가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안 전 대표는 30일 “당 혁신이 성공해서 당이 바뀌었다고 국민이 느낀다면 그런 경우에는 당명 개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올 초 당명 개정 논란이 불거졌을 때만 해도 “당명 때문에 집권하지 못하는 게 아니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던 것에 비추어보면 긍정적으로 바뀐 셈이다.
역시 당명 개정에 부정적이던 김 전 대표도 이날 “혁신의 과정에서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다만, 진정한 혁신과 통합의 결과물이어야 국민도 긍정적으로 평가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표는 “지금 당명이 좀 불편한 것은 사실이고, 당원들도 여러 차례 당명 변경을 거치면서 혼란스러워하는 게 사실”이라며 개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다만 그는 “지금의 당명은 기존의 민주당과 안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새정치 세력의 정신이 함께 담겨 있는 이름인 만큼, 당명 개정을 어느 한쪽에서 쉽게 논의하거나 추진할 수 있는 건 아니다”며 “당 전체가 좀 더 심도 있게 논의해서 당론을 모아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