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의 인맥은 대구 경북(TK)·경제기획원(EPB)·모피아(재무부 영문 약자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로 요약될 수 있다. 추 실장은 대구에서 태어나 공직생활 초기 경력 대부분을 경제기획원에서 쌓았다. 이후 세계은행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를 거쳐 재정경제부로 복귀한 뒤부터는 금융정책국 은행제도과장과 금융정책과장,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등 모피아의 길을 걸었다.
1994년 정부조직 개편 때 경제기획원과 재무부가 합쳐지면서 자연스레 기획원과 재무부를 두루 거친 추 실장의 인맥도 TK와 기획원, 모피아를 중심으로 형성됐다. 이 때문에 추 실장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핵심 요직을 자연스레 거쳤다.
특히 추 실장의 행보에 힘을 실어준 대표적인 인물로 최경환 경제 부총리를 꼽을 수 있다.
대구·경북 출신이라는 점과 경제기획원을 거쳤다는 공통점을 가진 최 부총리는 추경호 실장이 국무조정실장에 임명됐을 때 ‘최경환의 사람들이 전진배치 됐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추 실장 인맥의 중심을 차지한다.
추 실장 이외에도 최경환 경제팀이 출범하면서 TK 출신들이 약진했다. 내각에는 경북 경산 출신의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경북 의성 출신의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포진했다. 추 실장은 윤 장관과는 행정고시 25회 동기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 경제팀의 핵심 멤버인 안종범 경제수석과는 대구 계성고 동문이다. ‘모든 정책은 안종범을 통한다’라고 말할 정도로 박근혜 정부의 브레인 역할을 하는 안 수석은 정권 출범 후에는 당 정책위 부위장으로 활동하며 당·정·청의 가교 역할을 자임했다. 최 부총리와는 위스콘신 동문이라는 인연도 있다.
이외에도 계성고 출신으로는 강남훈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 김종대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송종호 전 중소기업청장, 장석명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전대천 전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이 있다.
재계에는 권오철 SK하이닉스 고문, 박건현 신세계건설 대표이사가 있고 금융계에서는 서진원 전 신한은행장도 모교가 자랑할 만한 인물이다.
기획원 출신으로는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와 조원동 전 경제수석이 있다. 현 전 경제부총리는 1973년 행정고시 14회로 관가에 입문해 경제기획원에서 제4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에 참여했다. 조원 전 경제수석은 행정고시 23회로 1981년 경제기획원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정권 초, 기획원 출신이 약진했을 때 추 실장은 기재부 1차관으로 이들과 함께 경제정책 총괄·조정을 담당했다.
추 실장은 기획원 출신이지만 모피아로도 분류된다. 재정경제부로 복귀한 2000년대부터는 금융정책 분야에서 재직했기 때문이다. 추 실장은 특히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과도 인연이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석동 전 위원장이 기획재정부 차관보일 당시 추 실장은 ‘김석동 라인’이라고 불리는 재경부 금융정책 라인에 있었다.
재경부 내에서 막강한 위용을 자랑한 금융정책 라인은 외환은행의 론스타 매각 수사과정에서 타격을 입었지만 이후 김 전 위원장은 금융위원장으로, 추 실장은 금융위 부위원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추 실장과 함께 모피아 출신으로 분류되는 인맥들은 박근혜 정부에서 부처와 산하기관의 핵심 보직을 차지했다. 대표적인 인물로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이 있다. 신 전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 초대 금융위원장으로 김석동 전 위원장의 뒤를 이어 모피아 계보를 잇는 인물이다. 신 전 위원장은 추 실장보다 한 기수 위인 행정고시 24회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 국제금융국장, 금융위 부위원장, 기재부 제1차관 등을 역임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추 실장과 마찬가지로 기획원과 재무부 경력이 반반씩이다. 임 위원장은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해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증권제도과장·금융정책과장·종합정책과장,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기획조정실장 등을 거치면서 거시경제 및 금융정책 전문가로서 역량을 쌓았다. 이외에도 추 실장과 행시 동기인 김주현 예금보험공사 사장과 홍영만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