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최근 금, 미국 달러 등과 함께 희소 가치가 높은 소장품이 새로운 안전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런던에서 릴 포스터 갤러리를 운영하는 브루스 머천트 대표는 최근 변동성이 심한 주식시장을 대체할 투자처를 발견했다며 하얀 비키니를 입은 거인 여성이 도로의 차들을 부수고 있는 모습이 담긴 영화 포스터를 내보였다.
이는 1958년에 개봉한 나단 주런 감독의 영화 ‘50피트 우먼(Attack of the 50 Foot Woman)’의 빈티지 포스터다. 이 포스터는 10년 전 5000달러, 현재 환율로는 약 581만원이었으나 최근에는 1만6000달러(약 1854만원)를 호가한다. 투자 수익률은 220%에 이른다. 그는 “최근 10년간 가격이 급등했다”며 “수집가들에겐 좋은 투자처임에 틀림 없다”고 말했다.
통신은 실제로 영화 포스터가 기존 자산의 투자 수익률을 능가하는 많은 대체 투자처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로 부상한 대체 투자처에는 영화 포스터 외에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고가 핸드백 ‘버킨백’과 애플이 초기에 제작한 마이크로 컴퓨터 ‘애플I’, 노벨상 메달 등이 포함됐다. 수집가들은 이들 상품의 희소성에서 높은 가치를 찾아낸다고 통신은 전했다.
제품 수는 한정된 반면 손에 넣으려는 부유층이 늘면서 이들 희소 상품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1994년에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자필 원고를 3080만 달러에 매입해 화제가 됐다. 본햄즈뉴욕의 서적·원고 담당 최고전문가인 카산드라 허튼은 “72쪽 분량의 이 원고는 현재 최고 6000만 달러의 가치를 지닐 것”으로 추정했다. 1980년 경매에서는 560만 달러에 팔렸다.
허튼은 빌 게이츠에 대해, 테크놀로지 업계에서 돈을 번 뒤 과학적으로 가치가 있는 문서와 장치에 관심을 갖고 있는 신세대 수집가 중 한 명이라고 설명했다.
통신은 영화 포스터를 수집하는 데 반드시 부자일 필요는 없다고 했다. 배우 숀 코넬리가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은 첩보 영화 ‘007 두 번 산다(You Only Live Twice)’의 영국산 포스터 가격은 1500달러로 대체 투자처로서는 그다지 비싼 편이 아니다. 반면 007 시리즈 1편인 ‘007 살인번호(Dr. No)’의 포스터는 1만50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