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대입 위조에서 부모살해까지…'베트남판 천재소녀' 비극

입력 2015-07-29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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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과도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베트남계 캐나다 여성이 가짜 인생을 살아오다 부모를 상대로 청부살인까지 저지른 상세한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현지시간) 사건의 주인공인 제니퍼 판(29)의 고교 동창인 캐런 호 기자가 최근 캐나다 잡지 '토론토라이프'에 판의 숨겨진 가정사와 사건의 전말을 담은 기사를 게재, 그녀의 가정처럼 우수한 성적과 명문대 입학 등에 대한 집착이 큰 아시아계 이민자 사회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캐나다에 망명한 베트남 출신 후 에이 한 판과 빅 하 부부 사이의 큰 딸로 태어난 제니퍼 판은 딸의 성공에 집착한 부모의 뜻에 따라 4살 때부터 피아노를, 초등학생 때부터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피겨스케이팅을 각각 배웠다.

이 때문에 매일 밤 10시까지 연습을 마치고 귀가한 뒤 숙제를 하느라 자정을 넘겨 잠자리에 드는 가혹한 초등학교 시절을 보내야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과중한 부담감에 팔목을 긋고 자해를 시도하기도 했지만, 부모는 전 과목 'A' 학점을 요구하고 파티 참석과 연애를 금지하는 등 그녀를 가만 놔두지 않았다.

실제로는 평균 'B' 학점을 받았던 판은 부모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고교 시절부터 성적표를 위조하곤 했다.

그럭저럭 유지되던 판의 이중생활은 미적분 과목에서 낙제점을 받아 고교 졸업과 라이어슨대 조기입학이 한꺼번에 무산되면서 걷잡을 수 없이 꼬였다.

사실을 얘기하면 그동안의 성적 위조 사실을 들킬까 봐 "라이어슨대에서 2년간 과학을 공부한 뒤 토론토대로 옮겨 약학을 전공하겠다"고 거짓말을 한 뒤 매일 아침 등교하는 척 집을 나와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냈다.

졸업 후 식키즈 병원 연구소에 취업하게 됐다며 가짜 삶의 이어가려던 판의 계획은 '졸업식 티켓이 모자라 부모님은 참석할 수 없다'는 말에 의심을 품은 부모의 뒷조사로 물거품이 됐다.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압수하고 남자친구와의 비밀 데이트까지 금지한 부모의 가혹한 조치에 절망한 판은 결국 지난 2010년 11월 남자친구의 도움으로 3명의 '해결사'를 소개받아 강도를 위장한 부모 청부살해를 꾸미게 된다.

이 사건으로 모친이 총에 맞아 즉사하고 부친이 중상을 입자 수사에 착수한 현지 경찰은 딸만 상처를 입지 않은 점에 의심을 품다 나중에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아버지의 증언으로 범행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1급 살인죄로 기소된 판과 청부살해범들은 지난해 캐나다 법정에서 25년동안은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죗값을 치르게 됐다.

WP는 판의 끔찍한 사연이 비슷한 경험을 한 미국과 캐나다의 아시아계 이민자 사이에서 커다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아시아 출신에 대한 '모범적인 소수민족' 신화에서부터 과연 아시아계 가정의 엄한 교육이 더 나은 성과를 내는 게 맞는지에 대한 토론에 불이 붙고 있다고 전했다.

아시아계 미국인의 삶을 연구 중인 제니퍼 리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판의 사례를 '호랑이처럼' 엄한 교육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잘못"이라면서 그러나 "탁월한 아시아계 미국 학생'의 전형에 부응해야 한다는 주변의 기대감에 대해선 광범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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