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효진의 이슈通]엘리엇의 교훈 잊지 말자

입력 2015-07-2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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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효진 산업1팀장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17명의 재계 총수와 오찬을 하면서 경제 활성화를 위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당부했다. 오찬 주제와 간담회 성격에 따라 달랐지만,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대기업 총수들과 세 번의 만남에서 모두 기업의 역할을 강조한 셈이다.

기업은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다. 투자와 일자리를 늘려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부는 기업 나름의 노력을 충실히 지원해야 한다. 규제 개혁 등 각종 제도 개선을 통해 기업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족쇄를 풀어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최근 삼성물산과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가 기업 활동에 얼마나 중요한지 제대로 확인했을 것이다.

삼성물산은 5월 26일 제일모직과의 합병 결의 이후 지난 17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통과될 때까지 53일간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외국 투기자본인 엘리엇이 7.12% 지분을 앞세워 합병에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엘리엇은 주특기인 여론전과 소송전을 통해 전형적인 벌처펀드 성향을 드러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을 상대로 ‘주주총회 결의 가처분’, ‘자사주 매각 금지 가처분’ 등 2건의 소송을 제기하며 압박했다. 항소심까지 패소한 엘리엇은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엘리엇이 7.12%에 불과한 지분으로 삼성물산을 뒤흔들 수 있었던 것은 외부 공격에 취약한 지분구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삼성SDI(7.39%), 삼성화재(4.79%),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1.41%), 삼성복지재단(0.15%), 삼성문화재단(0.08%) 등 특수관계인 13.82%와 KCC(5.96%)를 포함해 19.78%의 우호 지분을 갖고 있다. 나머지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기관투자자가 22.26%, 엘리엇(7.12%) 등 외국 투자자가 33.53%, 소액주주들이 24.43%를 각각 보유 중이다.

국내 대기업은 상호 출자를 통해 오너가 적은 지분으로 지배할 수 있는 구조다. 이는 해외기업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유독 국내 기업이 외국 투기자본의 공격에 취약한 것은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인수합병(M&A) 관련 제도는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경영권 공격자에 대한 규제를 폐지했지만 방어 행위는 오히려 제한하며 국내 기업에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왔다. ‘외국인의 국내 기업 주식취득 한도’, ‘의무공개 매수제도’는 폐지하면서 ‘차등의결권’,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필)’ 도입을 허락하지 않은 게 대표적이다.

외국 투기자본으로부터 한국 기업이 공격받은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3년 ‘SK-소버린’, 2006년 ‘KT&G-칼아이칸’ 사태를 마주하면서 충분히 학습했다. 하지만 미국,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도 인정되는 경영권 방어 수단인 차등의결권, 포이즌필 제도의 국내 도입은 논의 과정에서 번번이 무산됐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가치와 위상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외국 투기자본의 공격은 더욱 치밀하고, 용의주도해질 것이다. 외국 투기자본에 대한 방어책이라고는 자사주 매입이 전부인 국내 기업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시급하다. 이번에는 엘리엇의 교훈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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