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5만9000원, 시장에선 왜곡된 가격으로 분석하고 있다.”
금호산업 채권단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시장의 예상을 깨고 1조213억원의 매각가를 제시하자 나타난 투자은행(IB) 업계의 반응이다. 사실상 주당 5만9000원, 1조213억원은 박 회장 자체 신용으로 마련할 수 있는 자금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제3자에게 재매각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는 것이다. 채권단과 박 회장과의 매각 절차에‘보이지 않는 손’의 개입으로 금호산업 인수전이 또다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27일 투자은행(IB)업계 고위 관계자는 “매각가격 산출과정에서 다른 채권은행의 동의 절차를 밟지 않았고, 삼일회계법인과 안진회계법인의 금호산업 실사도 완전히 무시했다”며 “매각 주관사인 산업은행과 단일 최대주주인 미래에셋자산운용만이 시장의 예상을 깬 매각가 산정은 다른 배경이 있을 것이라는 충분한 의심이 들 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산업은행이 헐값 매각이라는 우려에 미래에셋에 사실상 매각 전권을 위임했다고 할 수 있지만, 통상적인 경영권 프리미엄 30~40%에 또다시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최종 거래 가격을 도출한 상황에서 국책은행으로 시장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상 보이지 않는 입김에 채권단과 박 회장과의 거래가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호남에 뿌리를 둔 마지막 대기업이라는 점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어 여전히 다른 대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 뒷배경이다. 박 회장과 채권단이 연말을 목표로 매각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추가 협상에서 타협점을 찾을 수도 있지만 시장가의 세 배 넘는 가격 제시는 이 같은 전망을 어둡게 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금호산업 지분을 8.8% 보유해 단일주주 가운데 가장 많은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의결권 기준으로 15%에 해당, 금호산업 가격을 결정하는 데 있어 결정적 영향력을 미쳤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성진지오텍 지분 매각 특혜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왜곡된 가격이 불가피했다는 시각도 있다. 이들 기관은 지난 2010년 전정도 전 성진지오텍 회장이 포스코에 지분을 넘길 때 지분을 매각했다. 산업은행은 신주인수권부사채 445만여주를 전날 종가인 1만500원보다 싼 9600원에 팔았다. 미래에셋운용은 포스코가 전 전 회장으로부터 성진지오텍 지분을 1만6000원에 인수할 때 이보다 5000원 싼 1만1000원에 매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