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을 일으켜 정말 죄송합니다. 한국 힙합의 발전에 보탬이 되는 <쇼미더머니>가 되겠습니다"
최근 숱한 논란을 몰고다니는 '쇼미더머니4' 제작진이 방송 자막을 통해 사과의 뜻을 전달했습니다. '인기 프로그램'이라는 반증일까요? 사실 쇼미더머니는 매회 방송될때마다 논란이 꼬리표처럼 뒤따랐죠.
지난 2012년 시즌1부터 시즌4까지 쇼미더머니는 로꼬, 소울다이브, 바비 등 우승자는 물론 아이언, 기리보이, 씨잼, 육지담 등 실력파 래퍼들의 이름을 대중에게 알릴 기회를 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아이돌 음악 위주의 한국 대중가요에서 힙합의 대중성을 높이는 등 음악적 다양성 측면에서 기여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죠.
그러나 쇼미더머니가 시즌을 거듭할수록 논란이 불거지면서 힙합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아이돌 그룹 '위너'의 송민호. 랩 실력이 아닌 랩 가사 때문에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르게 됐습니다. 송민호는 지난 10일 방송된 쇼미더머니4의 1대1 배틀에서 "MINO 딸내미 저격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란 자극적인 가사 내용의 랩을 선보였는데요. 이 랩으로 송민호는 경쟁 래퍼 김용우를 이겼지만 '여성 비하'적인 가사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죠. 같은 날 방송에서 래퍼 이현준도 "넌 속사정 하지만 또 콘돔없이 때를 기다리고 있는 여자 난자같이"라는 선정적인 랩 가사를 내뱉어 논란이 됐고요.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번 쇼미더머니 참가자 중 실력파로 손꼽히는 래퍼 블랙넛이 성행위 연상 퍼포먼스때문에 녹화가 중단되는 소동까지 벌어진 겁니다. 사실 블랙넛의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1차 오디션때부터 랩을 한 뒤 갑자기 바지를 내려 속옷을 노출해 화제가 되기도 했죠. 블랙넛의 사고는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그가 발표했던 과거 앨범의 랩 가사가 경악을 금치 못할 수준이기 때문이죠.
블랙넛의 '졸업앨범' 랩 가사...여성비하를 넘어서 가히 범죄급입니다. 중학교 동창을 강간하는 것은 물론, 그의 남자친구를 살해하겠다는 내용이 담겼고요. 'Higher then Esens'에서는 선배 래퍼인 윤미래를 성적으로 비하하는 가사로 논란이 됐었죠. 친구 엄마를 성적 대상으로 묘사한 랩도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송민호나 이현준, 블랙넛...경쟁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이 같은 자극적인 가사를 지었다고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한 강한 어조와 디스, 욕설은 힙합의 특징이기 때문에 이번 논란과 비판이 과한 측면이 있다고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블랙넛의 일부 곡이 문제의 소지가 있지만 그의 모든 랩이 그렇지 않다고 옹호하는 사람도 있죠.
하지만 일련의 쇼미더머니를 둘러싼 논란에는 제작진은 물론 참가 래퍼에도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쇼미더머니. 15세이상 관람가입니다. 단순히 래퍼가 욕을 하는 대목에서만 '삐'처리만 하면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주지 않는 것일까요? 제작진은 선정적이고 여성비하적인 랩가사는 전혀 여과하지 않고 내보냈고 이러한 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공유되고 있죠. 가장 우려되는 것은 여성 비하와 언어 폭력을 서슴지 않는 래퍼들이 쇼미더머니를 통해 대중적 인기를 얻게되는 상황이 연출돼 청소년들이 이를 따라하거나 당연시 받아들일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죠.
힙합 래퍼도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힙합이 여성비하적 장르라는 생각, 힙합의 고향 미국에서는 더 심하다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버려야한다는 것이죠. 힙합전문 웹진 리드머의 강일권 편집장은 "전국으로 나가는 방송에서 여성비하 랩이 나오고 심사위원들은 '센스 있다'며 웃는다. 또 이를 20년 전 미국 래퍼들과 리스너들의 논리대로 '힙합이 원래 그렇다'고 옹호하고 있다"며 "현재 북미를 포함, 여성비하 가사들이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 트렌드를 살펴야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는데요.
쇼미더머니. 힙합발전에 기여를 하고 있는지, 오히려 힙합에 대한 대중적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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