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들을 읽고 고등학교 학생이 일면식조차 없는 대학교수에게 이메일을 쓴 용기가 기특하였고, 스포츠를 사랑하는 그 마음이 느껴져 흐뭇했다. 하지만 학생의 태도와는 별개로 그 질문 자체는 사실 꽤나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인 것은 물론, 모든 스포츠마케터의 숙제이기도 하다. 당시 그 학생에게 보낸 이메일 답장을 일부 수정, 2회분의 칼럼을 통해 독자들과 함께 나누어 보고자 한다.
프로축구가 프로야구에 비해 소위 관중 동원력이 떨어지는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중 첫째 이유는 게임 자체의 내재적 특징이다. 축구는 45분간 몰입도가 굉장히 높고 큰 이변이 없는 한 90분 정도면 경기가 끝난다. 정해진 시간 치열하게 집중하여 경기를 관람해야 하는 축구 자체의 내재적 특징은 매 이닝마다 여러 가지 변수들이 생기는 야구의 특성과는 매우 다르다.
그리고 이와 같은 특징은 자연스레 다음의 두 가지 문제를 발생시킨다. 첫째, 프로축구는 보다 ‘남성중심(male-oriented)’의 특성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프로야구 여성팬의 비율은 대략 50%에 육박하고 있는데, 이에 반해 프로축구는 미디어 시청자나 직접 관람자 모두 남성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굳이 국가 간 역사와 경쟁이 ‘축구전쟁’으로 나타나는 유럽의 국가 대항전과 훌리건을 생각하지 않아도 축구는 남성형 관람 스포츠에 가깝다. 개인적으로 야구의 여성팬 증가에 대해 우려심이 있지만, 어쨌든 프로축구가 팬의 다변화에 대해 고민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비게임 요소의 게임화이다. 대표적인 예로 응원을 들 수 있다. K리그 대표 클럽 중 하나인 수원삼성의 경우 서포터스 등록인원만 5만명이 넘고 매 경기 5000여명이 넘는 서포터스들이 열광적인 응원을 펼친다. 하지만 프로축구의 서포팅과 프로야구의 ‘응원’은 매우 다르다. 야구의 경우 응원을 잘 모르는, 경기장을 처음 찾은 관람객이라 할지라도, 응원 참여에 큰 부담이 없다.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축구의 경우 서포터스들의 열광적인 응원은 팀 입장에서는 참으로 고마운 일이지만, 스포츠 자체를 ‘감상’하고 싶은 관중은 이들의 응원에 방해를 받을 수도 있다.
또한 축구장을 처음 찾은 관중이 거리낌 없이 서포터스와 함께 어울리며 쉽게 응원에 참여할 수 있을까? 축구의 서포팅과 야구의 응원은 사전적 의미는 같을지언정, 각 스포츠가 진행되는 콘텍스트 안에서의 실제적 의미는 전혀 다르다. 특별 이벤트와 응원만을 위한 이닝이 있을 정도로 프로야구의 비게임적 요소들은 이미 게임의 일부가 됐다.
따라서 프로야구를 관람한다는 것은 단순히 ‘야구’를 관람하는 것이 아니다. 비게임 요소까지 포함한 종합선물세트를 구입하는 것과 같다. 야구의 경쟁자는 축구가 아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경기시간, 경기내용, 사회적 대중성, 응원, 팬서비스, 다양한 이벤트 등 데이트나 놀이 여가활동의 대안으로 프로야구는 영화관람, 문화 활동, 게임 등과 매우 훌륭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프로축구도 응당 그래야 한다.
관중 동원력과 인기 차이를 가속화시키는 또다른 이유는 미디어적 요소다. 축구는 전반전 휴식시간을 제외하곤 90분 동안 쉴 새 없이 흘러가기 때문에 미디어의 개입이 어렵다. 따라서 ‘미디어 친화적(media-friendly)’인 스포츠가 근본적으로 될 수 없다. 반면, 야구는 매 이닝 휴식을 통한 미디어의 간섭이 광고로 나타나기 때문에 당연히 미디어 친화성이 높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프로축구를 미디어 친화적인 스포츠로 발전시킬 수 있을까? 그리고 그와 같은 발전은 과연 무슨 당위성과 필요성이 있는 것일까? 다음 칼럼에서 보다 심도 깊게 탐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