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두 회사 합병으로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제일모직’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뉴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단순화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생명을 거치지 않고 직접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우선 삼성SDI가 뉴삼성물산에 갖게 될 지분 4.8%를 정리해야 순환출자고리가 완전하게 끊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뉴삼성물산이 가진 삼성생명 지분 19.3%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7.2%를 어떤 형태로든 정리해야 금산분리 요구에서도 완벽하게 자유로워진다.
정치권에서 금산분리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보험업법 개정 움직임이 있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중 상당부분을 매각해야 할 상황에 놓일 수 있고, 의결권 제한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재계에서는 지주회사 체제전환을 지원하고자 추진하는 원샷법(산업재편지원특별법)과 이를 활용한 중간금융지주회사 설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SDS와 삼성SDI 합병 시나리오도 제기되고 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의 지배력이 없거나 약한 관계사 지분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현재 삼성물산 지분 7.39%를 가진 2대주주이며 제일모직 지분도 3.7%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SDS와 삼성SDI가 합병하면 뉴삼성물산과 함께 호텔신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삼성그룹 산업계 계열사가 오너가 3세의 지배구조 아래에 놓인다. 여기에 삼성SDS와 삼성전자가 합병하면 ‘3세→뉴삼성물산→삼성생명→합병 삼성전자→산업 계열사’의 수직계열화가 이뤄져 지주회사 토대가 마련된다.
다만 삼성전자에서는 직접 삼성SDS와의 합병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고, 그간의 개편 피로감에 재계는 당분간 삼성이 사업 재편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