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뉴 삼성물산'서 오너가 삼남매 역할은

입력 2015-07-1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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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의 파상공세를 막아내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성사됨에 따라 실질적인 삼성그룹 지주회사로 우뚝 선 통합 삼성물산에서 오너일가 삼남매의 역할이 무엇일지 재계의 이목이 쏠린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9월1일 출범하는 뉴 삼성물산의 지분 16.5%를,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은 5.5%씩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게 된다.

이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로 올라서지만 공식 직함은 갖지 않는다.

대신 통합 삼성물산이 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de facto holding company) 위상을 공식화한 만큼 그룹의 대표자로서 총괄적인 지휘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그룹의 역사성·상징성이 담긴 자리인 삼성생명공익재단·삼성문화재단 이사장직을 지난 5월15일 승계했고, 지난달 23일에는 그룹을 대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대국민 사과를 공식석상에서의 첫 육성으로 실행했다.

특히 뉴 삼성물산이 그룹 신수종 영역인 바이오사업의 대주주(지분 51.2%)로서 바이오·헬스부문을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중점 육성한다는 전략이어서 이 부회장의 역할론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 부회장은 지난 3월 '아시아판 다보스 포럼'인 중국 보아오(博鰲) 포럼 연설에서 "삼성은 IT와 의학, 바이오의 융합을 통한 혁신에 큰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바이오·헬스사업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합병법인은 2020년 매출 목표로 잡은 60조원 중 바이오부문에서도 2조원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신성장동력의 대표격인 바이오만큼은 이 부회장이 직접 챙길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부진 사장은 현재 호텔신라 대표직과 함께 지난 2010년부터 삼성물산 상사부문 경영고문 직함을 갖고 있다.

이 사장은 통합 삼성물산에서도 고문직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현대산업개발과 '콜라보레이션(협업)'을 한 HDC신라면세점이 지난 10일 신규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됨에 따라 당분간 면세점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직접 떡을 들고 프레젠테이션(PT) 현장을 찾아 경영진을 응원하는 등 면세점 사업에 누구보다 열성을 보였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사장이 삼성물산 경영고문을 맡고 있는 건 상사부문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면세점·관광사업에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이라며 "삼성물산 경영에 직접 관여할 일은 없겠지만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 기회를 보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부진 사장은 현재 중국 최대 금융·자원개발 기업인 시틱(CITIC·中信)그룹의 사외이사도 맡고 있는데, 자원개발 측면에서는 삼성물산 상사부문과 맥이 닿는 대목이다.

제일모직 패션부문 경영기획 담당인 이서현 사장은 통합 삼성물산에서 패션이라는 주요 사업영역을 맡아 실질적으로 실적을 올려야 하는 위치에 있다.

미국 파슨스디자인학교 출신인 이 사장은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부터 시작해 10년 넘게 패션부문에서 기획과 경영전략을 맡아왔다.

통합 삼성물산은 패션부문에서 합병의 시너지 효과로 상사부문의 해외영업 인프라를 활용하겠다는 전략을 설정했다. 뉴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2014년 매출 1조9천억원에서 2020년 10조원으로 5배 이상 성장을 목표로 잡았다.

제일모직이란 기업 명칭은 61년 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지지만 사옥을 강남구 도곡동 군인공제회관으로 옮겨 도곡동 시대를 열면서 본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한편, 재계에서는 삼성 오너가 삼남매의 계열 분리는 당분간 실현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과거 2세 승계과정에서는 한솔·신세계 등으로 계열 분리가 이뤄졌지만, 현재로서는 이부진·이서현 사장이 각자 전문영역인 면세점·호텔사업과 패션사업에서 좀 더 역량을 발휘하는 편이 훨씬 유리한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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