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저지에 실패했다. 합병 승인에 대한 찬성률이 70%에 육박했으나 엘리엇의 공세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리란 전망이다.
삼성물산은 1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 5층 대회의실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제1호 의안인 제일모직과의 합병계약서 승인의 건을 찬성률 69.53%로 가결했다.
주총 의장인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 부문 대표이사는 1억3235만5800주가 투표에 참여해 이중 총 9202만3660주가 찬성했다고 밝혔다. 이날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주식의 참석률은 83.57%다.
엘리엇의 합병 저지가 결국 무산됐음에도 재계는 엘리엇의 삼성 견제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엘리엇이 그동안 합병을 무산시키려고 법적 대응과 여론전 등을 통해 우호주주를 모집한 사례를 들어 국내에서 합병 무산 본안 소송이나 ISD(투자자-국가 간 소송) 독소조항을 활용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삼성물산 지분 7.12% 확보 사실을 밝힌 엘리엇은 삼성이 이재용 삼 남매의 삼성전자 지배권 승계를 위해 부당한 합병을 추진한다며 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을 냈으나 패소했다.
엘리엇은 또 삼성물산이 지난달 10일 삼성물산 지분 0.2%를 보유한 우호세력 KCC에 자사주 899만주(5.76%)를 매각하기로 하자 이에 대한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을 추가로 냈으나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불복한 엘리엇은 항고심을 제기했으며 2건의 항고심 역시 모두 패했지만 법원의 판단에 불복해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아울러 지난달 19일 열린 가처분 심문기일에서 “불공정한 합병비율은 향후 합병무효 소송의 원인이 되고, 소가 제기되면 합병 무효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며 본안 소송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상법 제236조는 ‘합병 등기가 있은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무효를 주장하는 소송을 낼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엘리엇은 가처분 때와 마찬가지로 합병비율의 불공정성을 이유로 들어 합병 무효를 주장하는 등의 법적 다툼을 이어갈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재계는 엘리엇이 ISD 독소조항의 활용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ISD에서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각종 재판비용과 투자자금, 이자 등에 대한 천문학적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일각에서는 비교적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평가되나 엘리엇이 시세차익을 남기고 떠나거나 삼성과의 이면 협상도 주목하고 있다. 엘리엇의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넥서스의 최영익 대표변호사는 이날 주주총회에 참석하면서 합병이 가결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소수주주권 행사나 법적 다툼을 예고했으며 삼성 측과의 대화 가능성도 열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