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은 이날 서울 양재동 aT센터 5층 대회의실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제1호 의안인 제일모직과의 합병계약서 승인의 건을 찬성률 69.53%로 가결했다. 주총 의장인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는 1억3235만5800주가 투표에 참여해 이중 총 9202만3660주가 찬성했다고 밝혔다. 이날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주식의 참석률은 83.57%다.
이번 주총 통과로 오는 9월 1일 설립될 '뉴 삼성물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동안 재계에서 거론됐던 이 부회장 승계의 맹점은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 강화다. 현재 이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0.57%에 불과하다.
하지만 뉴 삼성물산이 탄생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 부회장은 직접 보유한 지분 외에 합병회사(뉴 삼성물산)를 통해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지금보다 높일 수 있다. 금융 계열 지주회사 격인 삼성생명에 대한 영향력도 그대로 유지된다.
이 부회장의 지분은 합병 전 제일모직 23.2%에서 합병 후 삼성물산 16.5%로 줄어든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 부문 사장의 지분도 합병 전 제일모직 7.8%에서 합병 후 삼성물산 5.5%로 바뀐다. 이건희 회장은 제일모직 3.4%, 삼성물산 1.4%에서 합병 후 삼성물산 2.9%로 변동된다. 합병 후 삼성물산의 오너 일가 지분 합계는 30.4%이다. 여전히 공정거래법상 내부거래의 규제 대상이 된다.
이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로 삼성전자, 삼성생명에 대한 안정적인 지배력 확보가 가능하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06%를 보유하고 있다. 제일모직의 경우 삼성생명 지분 19.3%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또 삼성전자 지분 7.21%를 갖고 있다.
뉴 삼성물산은 복잡하게 얽혀있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효과도 있다. 현재 삼성그룹은 제일모직을 정점으로 ‘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전기·삼성SDI→제일모직’으로 연결되는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하지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되면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간단해진다. 뉴 삼성물산이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