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맥페스티벌에서는 치맥 닭싸움대회, 치킨 신메뉴·수제맥주 경연대회 등이 벌어진다. 평화시장 닭똥집골목(아아, 이름도 좋네. 가보고 싶어!), 서부시장 프랜차이즈 특화거리 등과 연계해 축제를 한다. 주최측은 작년에 벌써 이 축제를 중국에 수출했다. 저장(浙江)성 닝바오(寧波)에서 열린 치맥 페스티벌은 ‘별그대’가 키운 한류에 힘입어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치맥은 튀김닭이 1970년대에 등장한 생맥주의 안주로 각광 받으면서 한국의 젊은 음주문화로 정착됐다. 특히 2002 한일 월드컵 때 붉은 유니폼을 입고 맥줏집에서 환호하던 응원단이 치맥 확산의 선구자들이다.
그때 어느 날인가(연장에서 이긴 이탈리아와의 16강전인 듯) 승리의 기쁨과 치맥으로 불콰해진 남자가 길거리에서 만난 우리 작은아들과 친구들(중학생이었다)에게 “야 이놈들아, 맥주 한잔 해!” 하면서 돈을 주었다. 미성년자라 술 마시면 안 된다고 하자 “그러면 담배 사 피워!” 그러면서 돈을 주었다고 한다. 지금이라면 “치맥 한잔 해!” 이랬을 것이다.
치맥은 치명적인 매력이 있는 게 사실인 것 같다. 소규모 맥주 체인점에선 ‘감맥’(감자튀김+맥주)을, 피자업계에선 ‘피맥’(피자+맥주)을 띄우기 위해 애를 쓰는데, 아무리 해도 치맥만 못해 보인다. 치킨산업이 잘돼서 치킨 프랜차이즈사업이 뜨는 건지, 그 반대인 건지는 잘 모르겠다. 좌우간 시대의 요구(!)와 젊은이들의 감성에 힘입어 치맥이 잘 팔리는 세상이다.
치맥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별 말이 다 생겼다. ‘치느님(치킨+하느님)’, ‘닭을 죽인 자는 미워하되 튀긴 자는 미워하지 말라’, ‘오늘 먹을 치킨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이런 것. 그리고 취중진담이 아니라 치킨을 먹으며 솔직한 이야기를 하는 ‘치중진담’ 기타 등등, 기타 등등. 이 말을 하다 보면 영화 ‘왕과 나’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 “기타 등등, 기타 등등(etc, etc)”이 생각난다.
더 나아가 치킨을 소재로, 치킨을 통하여 ‘한국 학생들의 진로’를 설명하는 글도 볼 수 있다. 학생들의 진로는 중학교까지 같다. 문과와 이과로 갈리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운명이 달라진다. 먼저 문과의 경상계열 대학 졸업자. 그의 삶은 CEO를 하다가 부도가 나서 치킨집을 차리는 걸로 이어진다. 남이 CEO일 때 백수였던 사람은? 아사. 굶어죽는다. 문과의 인문계열은 백수인 경우 치킨집으로 직행. 작가라면 치킨집 아니면 아사.
그러면 이과 대학 졸업자는? 자연계열이면 바로 아사, 공학계열이면 회사 다닐 때 죽도록 일하다 과로사하거나 치킨집. 여기서 말하는 치킨집이란 치킨집에 가서 치맥을 즐기는 게 아니라 문과든 이과든, 그리고 무슨 계열이든, 잘났든 못났든 나중엔 치킨집을 차린다는 뜻이다.
아아, 치맥의 즐거움이여, 그리고 치맥의 아픔이여, 치맥의 슬픔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