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청룡영화상에서 신인 배우 노수람은 여우주연상 천우희만큼 영화제 화제의 주인공이었다. 당시 노수람은 몸 전체의 옆 라인이 모두 파인 드레스를 입고 파격 노출로 주목 받았다. 노수람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기록하며 웬만한 수상자 못지않은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오인혜와 노수람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여배우의 노출은 순간적인 이목을 집중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어 스타 등용문으로 인식된다. 매번 영화제와 시상식이 있을 때면 노출 드레스를 입은 여배우가 등장했고, 이름도 모르던 신인 여배우는 어느 새 스타가 되어 각종 화보 촬영과 신작에 이름을 올렸다.
드라마와 영화 등에서도 노출은 이슈몰이에 있어 최적의 장치였다. 제작자들은 작품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베드신 등 노출을 전면에 내세웠다. 최근에는 IPTV 상영의 활성화로 노출 마케팅을 펼치는 작품들이 노골적으로 증가했다. 심지어 개봉도 안 하고 바로 안방 상영으로 직행하는 작품도 허다했다. 걸그룹 달샤벳의 리더였던 비키는 영화 ‘바리새인’(2014)에서 노출 베드신으로 주목 받았고, 해당 작품은 수많은 흥행작을 제치고 VOD 시청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미달이’ 김성은이 파격 노출 베드신을 선보인 영화 ‘꽃보다 처녀귀신’(2015) 역시 VOD 서비스를 시작한지 수 일 만에 엄청난 부가판권 수입을 올렸다. 이외에도 개그우먼 곽현화와 하나경의 노출 연기가 돋보인 ‘전망 좋은 집’과 여민정의 ‘가자, 장미여관으로’ 등의 작품은 VOP시장에서 엄청난 판권 수입을 올려 극장가 박스오피스 부럽지 않은 흥행작으로 거듭났다.
이처럼 ‘노출’이 곧 ‘경제적 효과’로 귀결되다보니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노출이 경쟁적으로 일어났다. 신인 여배우들뿐만 아니라 소속사, 제작사, 배급사, 광고주 등의 노출 종용이 공공연히 계속되고 있다.
데뷔 10년째를 맞은 한 여배우 A양은 “재능 있는 사람이 많으니 ‘노출로 성공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일단 인기를 얻고,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연기를 마음껏 펼치면 된다는 것이다. 고정된 수입이 없는 우리들로선 달콤한 유혹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인혜는 레드카펫 노출에 대해 “신인이다 보니 사진 한 장이라도 더 찍히고 싶었다”고 당시의 절박한 심경을 고백했다.
하지만 노출로 인해 얻은 인기에 대해 부정적 시각도 존재한다. 지속가능한 생명력이 짧고, 선입견에 사로잡혀 연기자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김진호 대중문화평론가는 “수많은 스타가 노출로 반짝 스타가 됐고, 2~3년 내에 대중에게서 멀어졌다. 노출로 인한 흥행성은 폭발적이지만 지속가능하지 않다.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결국 실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