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노총이 내년 최저임금 ‘6030원’ 결정이 절차와 내용상 심각한 위법성을 지니고 있다며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최저임금 재심의를 요구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고용부 장관이 이의제기 신청을 받아들여 최저임금위에 재심의를 요구한 선례가 없는 만큼 노동계의 요청은 반려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노총이 15일부터 2차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안 재심의에 대한 노동계의 요구를 거절할 경우 노정갈등은 앞으로 더욱 고조될 공산이 커졌다.
이병균 한국노총 사무총장과 김종인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16일 고용부에 내년도 적용 최저임금 결정에 대한 이의제기서를 냈다. 최저임금위는 앞서 지난 9일 제12차 전원회의에서 노동자 위원들이 전원 불참한 상태에서 표결로 올해보다 450원(8.1%) 인상된 시급 6030원으로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결정한 바 있다.
양대노총은 “노동자위원이 3분의 1 이상 출석하지 않았음에도 최저임금을 의결한 것은 최저임금법 17조 위반에 해당된다”며 “최저임금위는 노동계가 회의에 2번 불참했다고 판단해 의결이 가능했다지만 이는 사실관계에 어긋난다”라고 밝혔다.
최저임금법 제17조 4항의 단서조항을 보면 근로자위원이나 사용자위원이 2회 이상 출석요구를 받고도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노ㆍ사ㆍ공익위원 각 3분의 1 이상 출석 없이도 최저임금 의결이 가능하다.
그러나 노동계는 최저임금위가11차 회의 도중 퇴장한 노동자위원들에게 출석요구를 하지 않은 채 회의를 종료했으므로 이는 ‘불출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노동자위원이 12회 전원회의에 출석통보를 받고 출석하지 않은 것만 ‘불출석’으로 인정돼 ‘2회 불출석’ 요건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임위 사무국 관계자는 “11차 회의 전에 공문을 통해 이미 출석요구가 돼 있었고 도중 퇴장은 ‘불출석’으로 간주된다”고 반박했다. 8차, 9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들의 퇴장도 ‘불출석’ 으로 처리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노동계는 또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은 점도 위법하다고 봤다.
최임위에 따르면 내년도에 적용될 최저임금 6030원(8.1%)에는 임금인상 전망치 등 4.4%, 소득분배개선분 2.1%, 협상조정분 1.6%가 반영됐으며 생계비의 경우 협상조정분에 포함됐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생계비가 지난 3년 동안 평균 3.3% 인상된 점을 감안할 때 협상조정분 1.6% 인상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양대노총이 이날 노동계가 고용부에 재심의를 요청하더라도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일단은 양대노총 지적과는 달리 정부는 최저임금 결정 절차나 내용에 있어 법에 어긋나는 부분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 1988년 최저임금제도 도입 이후 고용부 장관이 노사 단체의 이 의를 받아들여 최저임금위에 재심의를 요청한 전례가 단 한번도 없었다. 지금까지 총 28번의 최저임금안 고시에 대해 11번(노동계 7번, 경영계 6번) 의 이의제기가 있었지만 모두 수용되지 않았다.
재심의 요청의 결정권을 쥔 이기권 고용부 장관이 ‘불수용’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전망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이 장관은 15일 기자들과 만나 “최저임금 이의신청에 따라 재심의를 한 적은 단 한차례도 없었다”며 “8%대 인상은 노동계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한 결과인만큼 이의신청을 하는 것은 명분도 적다”고 말했다.
고용부 장관은 내년 최저임금의 확정ㆍ고시일인 8월 5일 전까지 최임위에 재심의를 요청할지 안할지를 결정해 노동계에 답변을 줘야 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경영계에서도 재심의 요구가 있을 수 있으므로 고시 후 10일간의 이의제기 기간인 24일까지 이의신청서를 면밀히 검토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