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주인 없는 회사’라는 한계점에 봉착했다. 대우조선은 지난 2001년 워크아웃을 졸업하면서 산업은행이 31.5%의 지분을 인수, 최대주주로 올라선 이후 실질적으로 주인이 없는 상태다. 15년째 주인이 없다 보니 잇단 외풍(外風)에 쉽게 흔들리고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도 끊임없이 터져나왔다. 급기야 2조원대 손실을 숨겨 온 것이 확인되면서 고강도 구조조정과 함께 분식회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주인이 없어 발생하는 부작용들로 대우조선은 물론 납품업체들까지 흔들리며 경기회복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로 인해 대우조선 매각을 서둘러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부실 의혹과 함께 경영표류로 기업가치 하락이 불가피하다. 매각 시점 조율에 들어간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의 계획 역시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커진 셈이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16일 대우조선해양이 2조원대의 손실을 숨겨 온 것을 확인하면서 고강도 구조조정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현재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자구책 일환으로 유상증자와 자산매각을 거론하며 문제 해결에 나섰다. 시장의 충격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강도 구조조정에 속하는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 또는 워크아웃을 배제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시장에선 부실 규모가 큰 만큼 고강도 구조조정이 추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채권단 관계자도 “구조조정은 크게 계열사 등 자산매각 방식과 자율협약 또는 워크아웃 형태로 진행될 것”이라며 “대우조선을 방치할 경우 향후 유동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업은행과 채권단의 이 같은 긴급 처방을 놓고 ‘사후약방문’이란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산업은행이 관리ㆍ감독 기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지난 10여년간 관리를 제대로 하기는커녕 산업은행 출신 인사들의 낙하산 통로로만 이용했다는 점이다. 지난 2009년부터 현재까지 산업은행 재무본부장(부행장) 출신들이 내리 대우조선 재무실장(CFO, 부사장)을 맡고 있다. 최근 발생한 2조원대 손실은 2009년과 2010년에 수주한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발생했다. 공사 기간이 당초 예정보다 지연되면서 발행한 손실을 은폐했던 것이다.
지난 2012년 대우조선 노동조합은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과도한 경영간섭에 반발하면서 대규모 상경 투쟁까지 펼쳤다. 산업은행이 매년 경영실적에 대한 MOU 체결을 요구하며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이처럼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의 경영에 깊숙이 개입하고서도 부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면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