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세법 개정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세입 확충 방안을 담아 국회에 제출하겠다. 비과세 감면도 정비해 사실상 대기업들이 세금을 더 내도록 하는 방향으로 세법 개정을 추진하겠다.”
매년 되풀이되는 세입 부족을 질타하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세법 개정안을 제시했다. 세율을 인상하거나 세목을 신설하는 대신 비과세 감면을 줄이겠다는 애초 입장을 고수했지만 법인세의 실효세율을 높여야 한다는 야당의 요구에는 한발 물러선 것이다.
이처럼 정부가 일정 부분 야당의 요구에 한발 물러서는 것은 실제 세입 부족을 위한 추경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처음 실행한 2013년도 추경에서 정부는 28조4000억원의 전체 예산 가운데 11조2000억원을 세입 결손 보전용으로 사용했다.
올해도 메르스와 가뭄에 대응하기 위한 추경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정부가 제출한 11조8000억원 중 세입 결손 보존을 위해 5조6000억원을 편성했다.
이에 따라 정부 재정적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실제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를 보면 올해 46조8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43조2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높은 수치다.
이 가운데 대응 자산이 있는 금융성 채무와는 달리 채무 상환을 세금으로만 해야 하는 적자성 채무의 증가 속도는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05년 100조원을 기록했던 적자성 채무는 불과 10여년만에 3배가 넘은 323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적자성 채무가 늘어난 가장 큰 원인으로 세입 결손이 매년 반복된다는 점을 꼽고 있다.
경기가 부진하면서 세입은 줄어들고 있는데 정부가 지출을 줄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매년 반복되고 있는 세입 결손을 막기 위해서라도 증세 논의를 본격화하는 등 세입 기반 확충 노력과 함께 돈을 덜 쓰기 위한 지출구조조정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현재는 GDP 대비 국가채무가 OECD 평균보다 낮지만 인구 고령화 현상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면서“따라서 경직성 복지지출도 함께 늘어나면서 세입결손이 확대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단기적인 세입 확충 방안보다는 부가가치세를 높이는 등 진일보적인 세수 확대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세입 기반을 확충하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이것이 경기를 위축시키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정교하게 설계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적자성 채무가 증가하는 것이 향후 정부의 경기 대응에 제한을 줄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면서도“채무가 늘어난다고 해서 경기 대응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채무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채무가 늘어나는 것은 일정부분 감수하면서 경기에 가장 영향이 적은 형태로 세입 기반을 확충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