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날트 투스크 의장이 12일(현지시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들만 그리스 사태를 “결론이 날 때까지” 논의하겠다고 발표하며 그리스 협상이 혼란을 겪는 가운데 프랑스와 독일 간의 갈등이 예상됐다.
지난 7일 투스크 의장은 긴급 유로존 정상회의를 마치고 유로존 정상회의와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각각 연이어 개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그리스 사태를 제시간 안에 결정짓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며 이날 EU 정상회의를 취소했다. 이에 유로존 정상들이 결론을 내지 못할 만큼 회원국 간 대립이 심화됐다는 비관론과 어떻게든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에 대한 결론을 내겠다는 낙관론 등 상반된 반응이 나왔다.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을 의미하는 ‘그렉시트’를 결정하려면 EU 정상들이 모두 모여야 한다는 배경을 바탕으로 EU 정상회의 취소는 “그리스 구제금융 가능성이 커진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최대 채권국인 독일과 프랑스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어 유로존 정상회의에서도 결론이 나올지는 불투명한 것으로 분석됐다.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존탁스차이퉁(FAS)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프랑스 재무부의 그리스 지원 사실을 뒤늦게 접하고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에 분노의 전화를 했다”고 전하며 이날 회의가 양국 정상의 정치생명까지 걸렸다고 분석했다.
최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그리스와 국제채권단 사이에 다리를 놓고, 프랑스 관리들은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지난 9일 제출한 개혁안을 마련하는 것에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독일은 재무부 내부문서에서 ‘한시적 그렉시트’를 거론하며 그리스 구제금융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9일 그리스가 제출한 개혁안이 그리스 의회를 통과하고 채권단이 만족한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이 곧 타결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급부상했다. 그러나 11일 9시간 진행된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회의에서 결론이 나지 않으며 그리스 사태는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논의는 아직 어렵지만, 진전을 보았다”며 “그리스의 제안과 신뢰성, 재정적 문제들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로그룹은 회의 후 그리스 정부에 개혁안을 즉시 이행하는 신뢰를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그리스 정부가 채권단의 신뢰를 얻으려면 가능한 한 빨리 개혁안을 이행해야 한다”며 “오는 13일 개혁 법안이 그리스 의회를 통과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유로그룹 회의 소식통은 “이날 회의에서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그리스 정부에 더 특정되고 구속력 있는 약속을 요구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