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핀테크 혁명] ①P2P대출·펀딩 등 거래 다양화 ‘핀테크 2.0’ 진입

입력 2015-07-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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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글로벌 투자규모 13조원 6년새 1213% 성장… 송금·결제 등 단순 기능서 탈피 빅데이터 기반 융합서비스로 진화

“사람들을 봐, 아무 걱정없이 왔다 갔다 하네”, “난 저들처럼 살고 싶지 않아.”

영화 ‘마진콜’에서 주인공 피터 설리반이 전 세계 금융시장에 ‘재앙’과도 같았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곧 터질 것임을 알게 된 후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공허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친구와 나눈 대화다. 정보를 손에 쥐고 있는 주인공, 정보가 없는 ‘무지’한 금융 소비자들을 대조적으로 표현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치고 수많은 기업들은 문을 닫았고 투자자들은 절망 속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금융과 기술을 접목한 ‘핀테크’의 시작은 이렇게 암울한 상황에서 시작됐다. 정보에 접근하고, 신속하게 금융거래를 하고 싶다는 금융소비자들의 니즈가 ‘핀테크’ 산업의 태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핀테크 업체, 전 세계 54개국에 분포… 투자규모 지난해 13조원 = 핀테크 산업군은 2008년 시장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때마침 IT기기의 혁명을 가져온 스마트폰의 등장도 핀테크 시장 성장에 가속도를 붙였다.

시장조사업체 액센츄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글로벌 핀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 규모는 지난 2008년 9억3000만 달러(약 1조471억8000만원)에서 지난해 122억1000만 달러(약 13조74800억원)로 급증했다. 불과 6년 만에 약 1213%나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한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핀테크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결제의 세계시장 규모가 오는 2017년 7048억 달러(8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며, 핀테크 시장이 앞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가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기업 숫자도 함께 늘었다. 시장조사업체 벤처스캐너는 올해 6월 기준 전 세계 핀테크 업체는 54개국 18개 카테고리에 분포돼 있다고 조사했다. 기업수는 무려 1161개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이 조달한 자금 규모만 199억 달러로 집계됐다.

핀테크 산업이 어느 정도 성숙 단계에 진입하자 핀테크 업계는 어느새 ‘1.0’에서 ‘2.0’으로 넘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1.0은 결제, 송금 등 장소와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은행 업무나 금융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기본적인 단계를 의미하며, 2.0은 이보다 거래 시스템이 다양화되면서 개인이 개인으로부터 돈을 빌릴 수 있고(P2P대출), 펀딩받을 수 있는 단계로 보통 표현된다. 애플, 구글, 삼성전자 등 글로벌 전자업체들이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는 분야는 1.0의 결제 분야다.

‘1.0’을 지나 ‘2.0’에 진입한 현재 핀테크가 적용되는 기술 분야 및 기업수는 △대출(277개) △개인금융(136개) △결제(282개) △자본경영(122개) △송금(42개) △소매투자(99개) △기관투자(63개) △보안·이상금융차단(54개) △크라우드 펀딩(54개) 등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수명이 가장 긴 분야는 1.0시대에 속한 뱅킹인프라스트럭처로 평균 8년인 것으로 집계됐다. 반대로 2.0에 속하는 크라우드펀딩 분야의 수명은 이제 막 3년 정도로 나타났다.

이에 2.0 시대가 서막을 알리면서 빅데이터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페이스 투 페이스’ 금융거래가 아닌 단말기를 통해 돈이 오가야 하는 환경으로 변화했기 때문. 돈주머니를 차고 있는 사람이나 기업, 혹은 돈을 빌려야 하는 소비자 모두 상대방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한데, 현재 그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것이 빅데이터인 것이다. 이에 국내의 경우 ICT산업 활성화를 위해 개인정보보호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반면, 사생활 침해는 발생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선두’ 미국·유럽·중국 ‘떠오르는’ 호주 = 핀테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 유럽, 중국이다. 미국 월가와 영국 런던시티 같은 금융허브가 몰려 있을 뿐만 아니라 기술(실리콘밸리) 중심 기업들이 집약적으로 몰려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알리바바, 텐센트 등 글로벌 기업들의 활약과 더불어 본토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내세우며 핀테크 사업을 종횡무진 중이다.

지난해 미국 내 핀테크 투자 규모는 98억9000만 달러로, 전년도 33억9000만 달러에서 약 191% 급증했다. 유럽의 핀테크 투자 규모는 지난해 14억8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미국의 투자 규모와 비교했을 때 현저하게 적은 규모이지만 증가율은 215%로 미국 수치를 웃돌았다. 이 가운데 영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2%가 넘는다. 이장균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2013년 기준 핀테크 분야 총수입은 200억 파운드(약 35조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여기에 새로운 핀테크 시장으로 신생 기업들과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호주가 거론되고 있다. 호주의 경우 오래된 금융시스템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핀테크 스타트업과 손을 잡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증권거래앱을 제공하는 미국 스타트업 ‘로빈후드’는 첫 번째 해외시장으로 호주를 택했다. 로빈후드는 호주에서 무료모바일중개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호주는 산업 환경이 풍요로울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보급률도 90%를 넘어서면서 전자결제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용어설명 : 핀테크

핀테크란 금융을 의미하는 ‘파이낸스(Finance)’와 기술을 뜻하는 ‘테크놀로지(Technology)’의 합성어. 금융과 IT기술을 융합한 모바일 결제, 개인자산관리, 크라우드 펀딩 등 새로운 형태의 금융 기술을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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