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홈에 무슨 일이]구자학 회장 가신(家臣)들과의 세력다툼에서 밀린 구지은 부사장

입력 2015-07-07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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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부사장 페이스북에 “그들의 승리·모략질”…내부 인사들에 경고장 날려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중소기업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일반 증인으로 참석한 구지은 아워홈 전무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는 모습.(뉴시스)
아워홈의 구지은 부사장(48)이 승진한 지 5개월 만에 구매식자재사업본부장 자리에서 보직 해임되자마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존 경영진과의 극심한 갈등을 표현한 글을 올려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구 부사장은 6일 보직 해임 소식이 나온 직후 페이스북에 “그들의 승리~. 평소에 일을 모략질만큼 긴장하고 열심히 했다면, 아워홈이 7년은 앞서 있었을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이어 “또다시 12년 퇴보. 경쟁사와의 갭은 상상하기도 싫다. 11년 만에 안식년, 감사하다”라고 썼다. 그가 올린 글의 전후맥락을 따져보면 회사 내 누군가가 모략질을 했고 이에 대해 구 부사장이 직접 경고장을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앞서 2일에도 구 부사장은 “외부는 인정, 내부는 모략. 변화의 거부는 회사를 망가뜨리고 썩게 만든다. 회사의 발전을 위하여 열심히 일만 하는 인재들은, 일 안하고 하루종일 정치만하는 사람들을 이길수가 없다. 우수한 인재들이여... 인내하고 버텨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써 그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구지은 아워홈 전(前)부사장이 본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 거취와 관련한 심경의 글을 올린 가운데, 현재 이 게시물은 삭제된 상태다.(페이스북 캡쳐)
구 부사장과 내부 세력과의 본격적인 갈등은 지난 1월 임기가 2년이나 남은 이승우 전 사장이 갑작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났을 때 부터 시작됐다고 업계에서는 입을 모은다.

이 전 사장은 1983년 LG화학에 입사해 2010년 아워홈 사장 자리에 올랐던 전형적인 LG맨이다. 구 회장의 오른팔로 통했던 이 전 사장의 퇴진 배경에는 자기 사람을 곁에 두려는 구 전 부사장의 의도가 깔려있었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었다

이후 외부에서 영입했던 CJ제일제당 출신의 식품 전문가 김태준 전 사장이 취임했고 4개월만인 지난 6월 사표를 던졌다. 구 부사장이 인천공항 식음료 사업 컨설팅을 맡겼던 노희영 고문이 YG푸드 대표로 자리를 옮긴 시기도 이 때쯤이다.

당시 아워홈 주변에서는 김 전 사장과 노희영 고문 모두 구 부사장과의 갈등 때문에 자리를 옮겼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지만, 김 전 사장은 “그나마 말이 통한 건 구 부사장이었다”며 경질설을 일축했다.

오히려 자신이 일하기엔 아워홈의 기업 문화가 너무 달랐다며 내부적인 문제가 있었음을 암시했다.

구 부사장이 모략질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내부 세력에게 직접적인 경고를 할 정도로 불만을 품은 것도 자신이 영입한 외부인사가 급작스럽게 회사를 그만둔 정황과 일치한다. 내부 인사들과의 세력다툼에서 밀렸다는 설이 나오는 이유다.

아워홈에 정통한 한 인사는 “구 부사장이 외부에서 경영진을 영입하자 내부 인사들이 불만을 품고 구자학 회장에게 구 부사장의 행보를 직접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보고를 받은 구 회장이 격노했고 구 부사장에 대한 인사를 직접 단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보직해임에 대해 구 부사장이 ‘인화’를 중시한 LG그룹의 기업 문화를 무시하고 외부인사게만 주도권을 넘겨주고 내부 세력을 껴안지 못한 결과라는 얘기도 나온다. 외식 브랜드와 웨딩사업 등 신사업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내부 인사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는 것이다.

한편 아워홈은 지난달 26일 급식사업부 수장을 담당했던 이종상 상무를 새 대표이사로 임명하며 경영진 교체에 나섰다. 이 신임 대표는 2010년 CFO(재무담당최고책임자)로 아워홈에 입사한 이후 핵심사업 부서를 두루 거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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