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크게 나아지지 않을 전망이다. 이대로라면 올해 경제성장률 3% 달성은 힘겨워 보인다. 하지만 가계나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실물경제가 아무리 나빠도 자본시장에는 온기가 돌았다. 넘치는 유동성 덕분이다. 올 하반기에도 이런 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상승= 특히 하반기 국내 광공업생산 및 경기는 완만하게나마 회복될 전망이다. 우선 경기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대비 0.5포인트 하락했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100 이하로 하락하면서 경기둔화 우려가 높아졌다.
다만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해 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4.1로 2010년 1월(104.1) 이후로 5년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재고순환지표, 기계류내수출하지수 등은 감소했지만, 건설수주액, 코스피지수 등이 증가해 전월대비 0.3포인트 상승했다.
100이 넘으면 통상 3~6개월 뒤 경기가 호전된다는 걸 의미하는 선행지수는 지난해 5월(99.6) 이후 계속 상승 추세다.
마주옥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경기가 반등하고 있고, 중국 및 인도 등 신흥국 경기둔화도 저지되고 있다”며 “신흥국의 경기부양책 강화는 국내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추가경정예산 효과도 기대 = 추경 편성이나 국내 기업 실적 개선세 등 내부 요인이 증시 버팀목이 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하이투자증권은 “당사가 정부의 추경안을 분석한 결과 추경 시행으로 인한 2015년 GDP 성장률 개선 효과는 0.33%p로 추정된다”며 “6일 추경안 국회 제출이 예정돼 있으며, 7월 중 국회심의를 마무리하고 8월초부터 추경 예산이 집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말~4분기초에 추경 효과가 극대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상화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추경 효과가 4분기부터는 실물 경기에 반영될 것으로 보이고, 작년 3분기 ‘실적 충격’이 기저효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올해 3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4분기부터는 증시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부진했던 소비가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6월 소비자심리지수와 7월 BSI 전망은 세월호 참사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소비 부진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소비 관련 데이터들은 메르스 확산 진정에 따른 소비 회복을 강하게 보여준다.
박상현 연구원은 “메르스 확산 진정에 따른 소비 개선이 확인되면 시장에 관련 업종 추가적인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7월 소비자심리지수(7/24 발표)와 8월 BSI 전망(7/31 발표)도 반등세를 보일 전망이며, 이에 따라 소비 부진 우려도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3분기내 기준금리 인하 등 추가 완화정책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 박 연구원은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 등 완화정책을 위해서는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메르스 확산으로 시작된 내수 경기 부진이 장기화돼야 한다”며 “당사는 3분기 후반 수출 경기 회복을 전망하고 있으며 내수 소비 부문도 우려는 지속되지만 메르스 확산으로 인한 충격에서는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금리인상 나서나 =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도 국내 주식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주고 있다. 시장은 대체로 ‘9월 인상’에 베팅하는 모습이다. 큰 불확실성으로 작용해온 금리 인상이 실제 단행되면 단기 조정을 거쳐 강한 반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오랫동안 금리 인상에 대한 신호를 줘왔고, 인상 속도도 빠르지 않을 것임을 밝히고 있어 시장이 불안감에서 빠르게 벗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미국 금리 인상이 예상대로 9월에 이뤄질 경우, 시장은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으로 인식할 것”이라며 “그간 부진했던 대형주의 분위기가 바뀌며 지수의 레벨이 한 단계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그리스의 국민투표 결과가 반대로 나오면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제 채권단과 벌일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결국 그리스가 전면적인 디폴트(채무 불이행)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에 이르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가능성이 나온다. 그리스발 악재가 유럽은 물론 세계 경제를 흔들어 올해 예고된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미뤄질 수 있다는 논리다.
◇중국 2차 부양책 제시 ‘긍정적’ = 중국 당국이 연일 폭락하는 증시를 살리기 위해 2차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국내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이 같은 조치가 증시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HMC투자증권은 중국 정부의 2차 증시 부양책 발표에 대해 “기업공개(IPO) 제한 등 자금 흐름을 좀 더 적극적으로 조절해 증시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지난 주말동안 IPO 통제, 증시대출 자본금 확충, 증시안정기금 설립 등 2차 증시 부양책을 발표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증시 폭락이 지속됨에 따라 지난 1일 신용 규제 완화와 거래세인하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변준호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중국의 2차 증시 부양책은 신속성, 적극성, 포괄성의 특징을 내포했고, 지난 1일 거래세 인하 등 대책에 이어 3일 만에 정책 대응에 나서 뉴노멀 이후 소극적 정책 대응과 차별화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IPO를 제한하고 증시 주변 자금에 좀 더 직접적으로 개입하며 자금 흐름에 좀 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정책 당국자들 외에 증권사들도 주식 매도 제한 및 자사주 매입 등 증시 부양에 동참한다.
변 연구원은 “이번 2차 조치는 IPO 제한 등 자금 흐름을 좀 더 적극적으로 조절해 증시 안정에 기여할 것이며, 증시 안정이 미미할 경우 내수 위축 방지와 마진 콜 우려 때문에 바로 강력한 추가 부양이 뒤따를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중국 증시 폭락은 국가간 증시 민감도와 CDS 등을 통해 볼 때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 크지 않을 전망”이라며 “따라서 중국 증시에 따른 보수적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전환 필요성은 낮다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대외변수 적은 종목 투자가 안정적 =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및 중국 경기 부양 정책 추진 등 긍정적 요인도 있지만, 그리스 사태가 가져올 부정적 효과도 크다는 분석이다.
이에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대외 요인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중소형주에 대한 관심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안병국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 변동성이 커질 경우 중소형주 장세가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하반기에도 바이오나 헬스케어 업종에 대한 관심이 유효해보인다”고 말했다.
안 센터장은 “메르스가 진정되면 중국 관련 소비재나 화장품 종목들이 반등하며 시장의 관심을 끌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아직 채권단과 그리스가 다시 재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예상하기 쉽지 않지만 국내 증시가 그리스 사태의 영향으로 급락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그동안 그리스 이슈와 무관하게 성장해 온 제약ㆍ바이오 업종 등에 대한관심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당분간 주식시장은 위험을 회피하는 전략으로 제약ㆍ바이오와 같이 성장하는 업종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이 보다 더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