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란 문구가 있죠? 뜻을 같이해 대업을 도모하다가도 사소한 이유로 상대방에게 등을 돌리는 인간관계를 재미있게 표현한 말입니다. 그리스의 명운을 가를 국민투표가 이번주 일요일(5일) 예정된 가운데,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에게 이 글귀가 가장 어울리지 않을까 싶네요.
치프라스 총리는 국제채권단이 합의본 경제개혁안 수용 여부를 결정 짓기 위해 국민투표 카드를 꺼내들었죠. 투표에서 찬성이 많이 나올 경우 경제개혁안을 수용하겠다는 얘기인데, 치프라스 총리의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책임회피 시도”라는 비판이 이미 파다합니다.
지난 1월 치프라스가 그리스 총리에 당선됐을 당시, 청년층의 표가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실업률과 경제난으로 지칠 때로 지치 청년들이 ‘젊은 수장’을 택해 변화를 추구했다는 얘기였습니다. 25% 넘는 실업률, 한 달 동안 뼈빠지게 일해도 받을 수 있는 최저임금은 고작 683.76유로(약 85만1000원·2015년 1월 기준)니, ‘살림살이 좀 나아지게 해주겠다’는 치프라스 총리의 달콤한 말을 삼킬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러나 치프라스 총리가 정권을 잡은 6개월이 흐른 현재, 당시 투표용지에 ‘치프라스’를 선택했던 청년들은 자신들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지 않을까요. 결론적으로 국가부도를 맞이한 집권당(급진좌파연합)과 수장의 무능력함을 경험했으니 말입니다.
그리스가 구제금융을 받지 못한다면 많은 해외 기업들이 그리스에 손을 뗄 수도, 관광객들의 발길도 예전과 같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스가 훌륭한 자연경관을 가진 것은 알고 있지만 장기불황으로 삭막해진 도시를 여행하면서 느끼고 싶지는 않을테니까요.
치프라스를 국가의 수장에 올려놓았던 청년들의 표심. 이번엔 그 표심이 칼끝으로 변해 치프라스 총리를 겨눌까요.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란 문구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