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효진의 이슈通] 삼성, 운명의 7월… 엘리엇의 ‘자가당착’

입력 2015-07-0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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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효진 산업국 산업1팀장

삼성에 운명의 7월이 밝았다. 이달은 삼성그룹이 지난 2년여간 숨 가쁘게 진행해온 사업구조 재편의 마침표를 찍는 데 있어 중대한 고비다. 더불어 계열사 간 복잡하게 얽혀 있는 순환출자 고리의 단순화 등 지배구조 개편의 꼭지점을 찍을 수 있을지가 결정된다.

제일모직, 삼성물산은 이달 17일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양사의 합병 안건을 심의한다. 윤주화 제일모직 패션 부문 사장이 전날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합병법인(통합 삼성물산)이 사실상 그룹의 지주회사라고 공언한 만큼 양사의 주총 결과는 삼성 지배구조 개편의 최대 이슈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삼성은 제일모직, 삼성물산 최고경영자(CEO)들이 모두 나서 주주를 설득하는 등 엘리엇 매니지먼트를 위시한 합병 반대 세력에 적극 맞서고 있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은 이달 초 제일모직,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을 문제 삼아 반대 입장을 밝힌 후 주특기인 소송과 여론전을 앞세워 잇속만 챙기고 빠지는 전형적인 ‘벌처펀드’ 성향을 드러냈다.

삼성은 전열을 가다듬고 ‘배수의 진’을 쳤다. 제일모직, 삼성물산 CEO들은 합병 무산을 고려한 ‘플랜B’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삼성은 강력한 주주친화 정책을 통해 위기를 정면 돌파할 방침이다. 특히 합병 이후 통합 삼성물산의 배당성향을 30%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높이고, 주주권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거버넌스위원회를 신설한다. 거버넌스 위원회는 제2, 제3의 엘리엇과 같은 벌처펀드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방어하는 기능도 수행한다.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거버넌스위원회가 신설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은 과제는 연일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엘리엇의 공격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막아낼 것인가이다. 주총에서의 표 대결이 유력한 만큼 지속적인 우군 확보도 필수적이다.

엘리엇은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엘리엇은 제일모직, 삼성물산 합병을 반대하면서 내세운 회계법인의 기업가치 보고서를 작성자 동의 없이 악의적으로 왜곡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엘리엇은 지난 18일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안에 대한 추가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개설하면서 빠져나갈 구멍을 미리 마련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엘리엇은 해당 웹사이트 메인 페이지에는 게재된 자료가 추정적인 진술일 뿐 실제 결과와는 중대한 점에서 다를 수 있다고 공지했다. 더불어 해당 자료에 기초해 생기는 어떤 의무나 법적 책임도 없다고 명시했다. 아니면 말고 식의 주장도 서슴지 않겠다는 다분한 의도가 엿보인다.

자가당착에 빠진 모습은 엘리엇이 과연 삼성물산 주주들을 진심으로 위하는가에 물음표가 생긴다. 엘리엇은 중간배당을 위한 정관변경을 주총에서 결의하자고 요구하면서도 법원에 주총결의 가처분 신청을 냈다. 최근엔 제일모직,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한다면서도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지지한다는 이상한 논리를 펼쳤다.

삼성의 대응과 제일모직, 삼성물산 주가 흐름, 전문가들의 판단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주총에서 엘리엇이 판세를 뒤집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러나 엘리엇은 과거 다른 사례처럼 삼성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질 게 뻔하다. 삼성은 합병 이후를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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