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전교조] 헌재결정 이어 대법도 압박… 코너 몰린 ‘합법노조 전교조’

입력 2015-06-25 10:43 수정 2015-06-25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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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화 16년 만에… 서울고법 법외노조 취소소송 항소심 결론 하반기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가 합법노조로 인정받은 지 16년 만에 다시 법의 경계선에 놓였다. 헌법재판소가 해직 교사의 조합원 자격을 제한한 교원노조법 규정을 합헌이라고 결정하면서 전교조는 정부를 대상으로 한 법외노조 무효 소송에 타격을 받게 됐다.

고용노동부는 전교조가 해직교원 9명을 조합원에서 제외하지 않겠다는 뜻을 고수하자 2013년 10월 ‘교원노조법상 노조로 보지 않겠다’라고 통보했다.

교원노조법 2조에 따르면 교원은 초·중·고등학교에 재직 중인 교사를 의미하며, 해직자는 중앙노동위의 재심판정이 있을 때까지만 교원으로 간주한다. 전교조는 고용부의 이런 법외노조 통보가 법률적 근거가 없다며 취소소송과 함께 효력정지를 신청했다.

◇헌재 “교원은 일반 근로자와 달라… 교원노조법 합헌” =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8일 서울고법이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 2조에 대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8(합헌) 대 1(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헌재는 교원을 일반 근로자와 달리 봐야 한다는 판단으로 교원노조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봤다. 교원은 일반 근로자와 달리 관련법에 따라 특혜가 주어지고, 교원의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재정적 부담은 실질적으로 국민 전체가 지게 되므로 공·사립을 불문하고 특수성이 있다는 것이다.

헌재는 교원이 일반 근로자와 다르므로 조합원 자격도 재직 중인 교원으로 한정해야만 교원의 자주성과 주체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근로조건에 직접적이고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교원노조에 해직자가 가입하면, 교원이 아닌 사람들이 노조 의사결정에 개입해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법상 혜택을 누릴 수 없는 사람에까지 혜택을 부여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해직자도 조합원 자격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할 경우 정당한 해고임에도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소송을 남용하거나 개인적 해고의 부당성을 다투는 데 노조 활동을 이용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교원과 관련한 근로조건 대부분은 법령이나 조례로 정해지고, 실질적인 적용을 받는 것도 재직 중 교원이므로 해직자를 배제하는 것이 지나친 단결권 제한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전교조 “헌재, 교원 노조 자주성 부정… 시대착오적” = 헌재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전교조는 교원노조법 2조의 입법목적 자체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전교조에 따르면 단결권은 근로자가 스스로 생존을 위해 자주적으로 노조 등을 조직, 운영할 권리로 노조가 자체의 규약에 의해 조합원의 자격 등을 결정하고 노조를 운영할 권리를 포함한다. 그러나 교원노조법은 누가 조합원이 될 수 있는지를 국가가 결정해주겠다는 것으로, 교원노조의 자율성을 부정한다는 것이다.

또한, 전교조는 교원노조법이 해직자의 조합원 자격을 부정함으로써 사용자가 해고권 행사를 통해 교원을 학교에서 쫓아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합원 자격까지도 박탈할 수 있게 만들어 노조 활동 자체를 방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모든 산별 노조 중 유독 교원노조에 대해서만 해직자의 조합원 자격 상실이 합리적이라고 본 헌재 결정은 해고교원을 솎아냄으로써 정부정책에 비판적인 교원노조를 길들이고자 하는 정부와 사용자의 의도에 면죄부를 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전교조는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배제하는 것은 국제노동기구(ILO)의 결사의 자유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ILO의 모든 회원국은 개별 협약의 비준 여부를 불문하고 노동기본권에 관한 4대 원칙을 이행해야 하나 이를 무시하고 노동후진국의 면모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어지는 법적 지위 다툼… 앞으로 전교조 운명은 = 헌재는 결정문 상에서 전교조가 10년 이상 합법노조로 활동해왔고, 이전에도 해직 교원이 조합원에 포함돼 있었지만 2013년에야 법외노조 통보가 이뤄졌다는 점을 언급하며 법외노조 통보가 적법한 재량권 범위에 있었는지는 법원이 해직자 수와 이들이 노조 활동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판단할 문제라고 밝혔다.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가 적법한 재량의 범위인지는 법원에서 판가름하라고 한발 물러난 것이다.

결국, 전교조의 운명은 서울고법에 계류 중인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소송 결과에 좌우된다. 만약 법외노조 통보가 적법했다는 판결이 나오면 전교조는 노조 명칭을 사용할 수 없고,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할 자격도 잃게 된다.

이런 가운데 대법원은 지난 3일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의 효력을 항소심 선고 때까지 잠시 중단하라고 판단했던 서울고법의 결정을 다시 심리하라고 주문해 전교조를 압박했다.

전교조는 국제교원노조총연맹(EI),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 국제노동기구, 유엔 등 국제기구와 연대해 법외노조 판결을 막아내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교원노조법 개정 운동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변성호 전교조 위원장은 “9명의 조합원 때문에 6만 조합원을 노조가 아니라고 통보하는 것은 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부끄러운 우리나라의 노동 현실”이라고 지탄하며 “국제기준에 맞는 상식적 판결을 구하고자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서울고법 제7행정부에서 진행되는 법외노조통보 취소소송 항소심은 올해 하반기 결론이 나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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