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발목을 잡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대해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중인 운용사 등 국내 기관투자자들 대부분이 찬성으로 가닥을 잡은 모습이다.
17일 현재 삼성물산 지분 0.1% 미만에서 1%미만으로 지닌 운용사들은 신영, 유리, 한화, KB, 키움, 한투, 미래에셋, 신영자산운용 등이다.
아직 주총 일정이 한 달 가까이 남은 탓에 운용사들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판알을 튕기는데 분주한 모습이지만, 대체로 투자자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하겠다는 신중론을 피력했다.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관계자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양 사 주가 수준을 따져 보고 신중하게 판단할 사안”이라며 “펀드 수익자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를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국투신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자체 의결권위원회의 회의를 거쳐 합병안에 대한 입장을 조율하겠다는 방침이다. 미래에셋은 일각에서 제기한 ‘ISS의견서를 보고 전적으로 동의하겠다’는 내용은 와전됐다고 지적했다.
미래에셋운용 고위 관계자는 “ISS보고서 결과는 어디까지나 부수적 판단 매개체”라며 “관련 종목을 편입한 펀드매니저들의 의견 등을 종합해 최대한 펀드 투자자 이익과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쪽으로 결정을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일찌감치 찬성론으로 입장을 모은 운용사들도 있다.
실제 국내 가치투자의 맏형인 신영자산운용 허남권 운용총괄 부사장은 “합병 비율이 다소 불리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제일모직과 합병시 주가나 회사 펀더멘털상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며 “삼성물산이 건설회사로만 업을 영위할 경우 PBR이 0.6에서 0.7을 유지할 수 밖에 없고 이는 건설업의 한계를 의미하지만, 제일모직을 통해 신사업에 진출한 경우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고 진단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식을 모두 보유한 유리자산운용 CIO 한진규 전무도 “엘리엇이 주장하는 합병 비율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삼성물산이 가치 대비 저평가 됐다는 주장은 제일모직 주주 입장에선 싸게 갖고 오는 효과를 노릴 수 있고, 삼성물산 입장에서도 제일모직을 통한 시너지가 기대되므로 합병 자체에 대해선 찬성하는 방향으로 생각을 정리중”이라고 설명했다.
대체로 다른 운용사들도 엘리엇이 주장하는 합병 비율은 현행 상법상 문제가 되지 않는 만큼, 합병시 문제로 삼을 생각은 없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A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현행법상 자산 가치를 고려하는 대신 최근 주가 평균으로 산정하는 합병 비율의 맹점을 엘리엇이 공격했다”며 “이는 법의 허점인 만큼, 법에 맞춰 합병을 결정한 삼성측의 잘못으로 보기 어렵다”고도 지적했다.
또 다른 B운용사 고위 관계자도 “엘리엇이 과연 기업가치를 위해 일한다는 측면 보다는 과거 트렉 레코드를 살펴보면 오로지 단기 수익을 쫒은 전력이 더 커 엘리엇 편을 들어주기 힘들다”며 “합병 비율이 자산 가치 대신 최근 주가에 의해 결정되는 부문이 다소 불합리 하다는 측면에 동의하지만, 장기적 기업 가치 측면에서 나은 방향으로 결정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