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계에 '허니버터칩' 이라 불리는 소주가 있습니다.
'순하리 처음처럼'
14도의 낮은 도수와 함께 유자향이 뽀인트(!!)인데요.
달달한 향 덕분에 여성들의 선호도가 높습니다.
지난 3월 출시 후 5월까지 누적판매량 2000만병 돌파.
애주가들 사이에서 그야말로 '순하리 광풍'이 불었죠.
순하리. 워낙 귀하다보니
순하리 음주 SNS 인증샷은 필수가 됐죠.
다행히도 지금은 판매가 확대돼 예전만큼의 품귀현상은 보이지 않고 있는데요.
그런데 말입니다.
요즘 '순하리가 배신했다' '처음처럼 순하리가 초심을 잃었다'는
소비자들의 날선 반응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의혹이 제기된 것은 SNS에서부터입니다.
출시 초기 '부산 출신' 순하리가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 품귀현상을 빚을 때와 달리
최근 전국으로 공급이 확대되면서 '밍밍해졌다'는 겁니다.
그러다 이내 구체적 정황(?)이 포착된 증거가 SNS에 제기됐죠.
제시된 증거는 원재료명이 써있는 병 뒷면.
출시초반에는 원재료명에 '증류식 소주(쌀 국산 100%)' 표기가 있었지만
이후 별도의 공지없이 슬그머니 이 표기가 빠졌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순하리에 넣었던 '증류식 소주'가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것이죠.
여기서 잠깐!
소주는 제조방법에 따라 크게 '증류식'소주와 '희석식 소주'로 나뉩니다.
증류식 소주는 말 그대로 증류를 거쳐 만들어진 것인데요.
원액을 끓이는 과정에서 증기로 빠져 나온 알코올을 차게 식혀 만든 소주입니다.
원액에 들어있던 알코올이 증류돼 소주가 되기 때문에 알코올 향이 진한 게 특징이죠.
반면 희석식 소주는 소주 원액에 정제한 주정과 물, 향료 등을 섞어 만드는데요.
증류식에 비해 알코올 향이 약간 인위적입니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초록색 병에 든 '처음처럼' '참이슬' 등도 희석식 소주죠.
증류식 소주는 희석식보다 제조과정이 길어 가격이 비쌉니다.
'순하리'에서 증류식 소주가 원료명에 빠진 것이 논란이 된 대목이 이 부분인데요.
한 마디로 제조사가 원가 절감을 위해 슬그머니 '증류식 소주'를 빼는
'꼼수'를 부린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죠.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기 마케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순하리가 변했다"는 비판이 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지자
'순하리' 제조회사 롯데주류측은 '레시피가 바뀐 것'이라며 뒤늦게 시인했습니다.
하지만 원가 절감을 위한 것이 아니라
"순하리 출시 후 더 좋은 맛을 찾아내기 위해 레시피를 바꿨고
그 과정에서 일부 재료가 빠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 마디로 '초심을 잃은 것'이 아니라 '개발 단계에서 업그레이드'된 것이란 얘기죠.
실제로 순하리가 '술맛이 안 난다'던 분들,
레시피가 바뀌고 '알콜맛이 그 전보다 강해져 이제야 술 마시는 느낌이 난다'고
평가하는 소비자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제조사의 '변'이 아쉬움이 남는 대목은 무엇일까요?
롯데주류의 이번 결정은
소비자 니즈를 파악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해
이를 제품에 접목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는 있지만
결정을 내리기 전에
'순하리'를 아끼는 소비자들에게
그 어떤 사전 고지나 설명이 없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농심은 지난해 회사의 대표적 베스트셀러인 신라면을
대대적으로 리뉴얼 했습니다. 홍보도 적극이었죠.
'구 신라면이 더 낫다' vs. '신(新)신라면이 더 낫다'
라면성애자들 사이에서도 찬반은 여전히 엇갈립니다만
제품의 성분 변경을 미리 소비자들에게 알렸기에
소비자 사이에서 '배신감' '초심잃음' 등의 반응은 없었습니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가
갑작스럽게 변화를 맞이하면 당황하게 되고, 브랜드 자체를 부정하게 된다는 게
마케팅 전문가들의 평가인데요.
'처음처럼' 초심을 잃어버린 순하리 처음처럼.
앞으로는 순하리에 배신감을 느끼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달콤창고'가 건네는 위로 "울지마라, 청춘" [e기자의 그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