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칼럼]‘뉴 하드(New Hard)’의 시대

입력 2015-06-15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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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하드웨어 창업의 시대가 재현되고 있다. 한국의 벤처는 메디슨의 초음파진단기, 휴맥스의 셋톱박스, 아이디스의 디지털 보안 등 하드웨어 산업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네이버, 다카오 등 소프트웨어와 앱과 플랫폼이 창업의 대세가 됐다. 그런데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와 중국 선전을 중심으로 하드웨어 창업 붐이 도래하고 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하드웨어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다. 한강의 기적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이룩됐다. 재도래하는 하드웨어 창업을 한국의 ‘제2 벤처 붐’의 핵심 분야로 키워 나가는 것이 창조경제를 위한 전략적 접근이라는 점에서 하드웨어 창업 전략을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샤오미를 비롯한 작금의 하드웨어 창업은 과거의 제조업과는 근원적으로 다르다. 산업의 가치사슬이 제조에서 고객 관계로 이동해 플랫폼과 애플리케이션(앱) 경제가 도래했다. 그러나 규모가 지배하는 시장 플랫폼에 지식재산의 차별화를 보강한 기업들이 경쟁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 시장 차별화에 기술 차별화를 배가해 핵심 역량을 강화하는 전략의 결과가 새로운 하드웨어, 즉 ‘뉴 하드(New Hard)’ 산업의 형태로 출현하게 된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애플이다. 애플은 앱 스토어라는 거대 플랫폼과 더불어 각종 특허로 방어벽을 구축한 아이폰이라는 하드웨어로 진입 장벽을 배가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작년 4분기 전체 휴대전화 산업의 이익 93%를 차지하는 확고한 차별화 역량을 구축하게 된 것이다. 애플의 ‘소프트+하드’의 전략을 이제 수많은 기업이 벤치마킹하고 있다. 샤오미, 고프로(Gopro), 드론의 강자 DJI 등의 전략은 하드와 소프트의 결합으로 형성돼 있는 것이다.

이제 글로벌 산업 경쟁은 단일 기술에서 전방위적 융합 기술 경쟁으로 이동했다. 스마트워치는 단순한 시계라는 액세서리 경쟁이 아니다. 하드웨어, 앱, 서비스, 클라우드, 빅 데이터, 인공지능, 통신 등 여러 기술의 융·복합으로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단일 기술을 위한 내부 혁신이 융합 기술의 개방 혁신으로 이동한 이유다. 이러한 기술들은 시간, 공간, 인간의 천지인(天地人)을 융합시킨 ‘O2O(Online 2 Offline)’의 새로운 스마트 세상으로 우리를 이끌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새롭게 부상하는 뉴 하드 산업에서 우리는 미국은 물론 중국보다도 훨씬 뒤처져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비록 늦었지만 한국의 창조경제 성공을 위해 뉴 하드 경쟁력 강화 대안들을 사회 전 분야에서 모색해야 할 것이다.

첫째, 기업 차원에서 단일 기술의 닫힌 혁신을 융합기술의 개방 혁신으로 활짝 열어야 한다. 융·복합 기술은 혼자 감당하면 진다는 것을 하루라도 빨리 인식해야 한다.

둘째, 산업 차원에서는 기술 융합을 위한 개방 혁신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 한국 산업계의 빠진 연결 고리가 바로 인수합병(M&A)과 IP를 거래할 개방 혁신 시장이다. 그리고 이를 저해하는 사람 빼가기와 기술 도용 등의 불공정거래 행위는 공정거래 차원에서 추방해야 할 것이다. 대기업이 수직적 ‘갑을 문화’로 한국 경제를 이끌어 왔으나, 이제는 개방 혁신의 부작용이 너무나도 크다. 단적으로 중국 선전의 개방 협력을 한국의 기업들이 배워야 뉴 하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정부 차원에서 융·복합 기술의 규제를 혁신할 획기적인 대안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융합 기술은 여러 규제의 적용을 받는다. 예를 들어 스마트 원격 의료는 통신, 의료, 개인정보 등 다양한 규제로 인해 한국에서 시작하고도 꽃피우지 못하고 있다. 규제 혁신의 대안으로 국회에서 계류 중인 시범사업 규제 혁신 법안의 조기 통과가 절실하다. 더 나아가 창업 기업의 작은 사업의 경우에는 규제를 유예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작을 때는 유연하게, 일정 규모가 되면 적절히 규제하는 지혜가 반드시 필요하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그리고 정부가 뉴 하드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모든 기업은 자신의 핵심 역량에 집중하고 공통 역량은 상호 보완해야 한다. 한국의 수직형 닫힌 생태계는 수평적 협력 생태계로 바뀌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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