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27ㆍKB금융그룹)의 ‘굳히기’냐, 김세영(22ㆍ미래에셋)의 ‘뒤집기’냐. 골프팬들의 새벽잠을 깨운 명승부가 펼쳐졌다. 15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해리슨의 웨스트체스터 컨트리클럽(파73ㆍ6670야드)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총상금 350만 달러, 약 39억 3000만원) 최종 4라운드 풍경이다.
결과는 박인비의 5타 차 압승이었다. 그러나 내용 면에서는 흥미진진한 구석이 많았다. 8번홀(파4)까지만 해도 그랬다. 결국 첫 번째 승부처는 9번홀(파5)이었다. 박인비가 이날 기록한 버디는 5개에 불과했다. 김세영의 7개보다 2개가 적다. 그러나 반드시 필요한 상황에서는 버디가 터져 나왔다. 9번홀도 그랬다.
박인비에 한타 차 2위로 출발한 김세영은 초반부터 공격적인 플레이로 일관했다. 특히 5번홀(파5)부터 8번홀까지 네 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박인비를 한 타 차로 따라붙었다. ‘역전의 명수’다운 추격전이었다. 또 다시 기적이 일어나는 듯했다. 그러나 9번홀에서 통한의 더블보기를 범하며 무너졌다. 그 사이 박인비는 버디로 응수하며 달아났다. 두 선수의 타수는 네 타 차가 됐다.
하지만 이대로 무너질 김세영이 아니었다. 두 선수는 10번홀(파4)에서 나란히 버디를 기록하며 여전히 팽팽한 긴장감을 이어갔다. 이후 김세영은 12번홀(파5)에서 다시 버디로 한 타를 줄이며 박인비를 다시 세 타 차로 압박했다.
박인비는 이 홀에서 2m 파 퍼트를 남겨뒀지만 침착하게 컵에 넣으며 김세영의 추격을 뿌리쳤다. 이어진 13번홀(파4)은 두 번째 승부처였다. 박인비는 13번홀을 파로 막아내며 안정적인 플레이를 이어간 반면 마음이 급한 김세영은 보기를 범하며 무너졌다.
경기 시작 전만 해도 김세영의 우세를 점치는 사람이 많았다. 대회장인 웨스트체스터 컨트리클럽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대회장으로 사용됐던 만큼 전장이 길고 까다롭다. 그만큼 장타자인 김세영에게 유리했다.
그러나 김세영은 박인비의 돌부처 같은 플레이에 스스로 무너졌다. 버디를 7개나 잡아내고도 더블보기 포함 총 5타나 잃었다. ‘역전의 명수’ 김세영의 추격전마저 무력화시킨 ‘침묵의 암살자’ 박인비의 멘탈이 만들어낸 완벽한 승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