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비상시에 대비한 석유 저장시설로 세워진 서울 마포석유비축기지가 41년 만인 2017년 초 문화공원으로 바뀐다.
서울시는 마포구 성산동 마포석유비축기지에 공연장과 전시장, 교육시설을 갖춘 종합 문화공원을 조성하기로 하고 오는 10월 공사에 들어간다고 15일 밝혔다.
1970년대 정부는 두 차례 석유파동으로 정유사의 평균 운용재고가 30일분에 그칠 정도로 어려움에 부닥치자 국가적으로 석유 비축사업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1976∼1978년 마포 매봉산 자락에 땅을 파고 지름 약 15∼37m, 높이 약 13∼15m의 원통형 비축탱크 5기를 묻어 석유 131만 배럴을 비축했다.
그러나 2002년 월드컵 개최가 결정되면서 월드컵경기장에서 500m 떨어진 비축기지의 안전 문제와 경관 훼손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2000년 11월 비축유를 경기도 용인으로 옮기고 다음달 마포비축기지를 폐쇄했다.
문화공원은 유류저장탱크와 주차장 부지, 산책지 포함해 총 14만㎡ 규모로 들어선다. 석유 4089만ℓ를 보관하던 유류저장탱크 5개 중 2개는 해체 후 건물을 신축한다. 나머지는 그대로 두거나 최대한 원형을 보존해 이용할 계획이다.
해체되는 1번, 2번 탱크 자리에는 최대 12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다목적 파빌리온과 최대 440여명을 수용하는 실내외 공연장이 각각 들어선다.
3번 탱크는 원형을 그대로 보존해 석유비축기지의 역사적 배경 등을 엿볼 수 있는 학습공간으로 운영한다. 4번 탱크는 기존 탱크 안에 유리벽과 유리천장으로 된 투명 탱크를 더한 기획 전시장으로, 5번 탱크는 석유비축기지부터 현재까지 40여 년의 역사를 기록하는 상설전시장으로 꾸며진다.
해체된 1, 2번 탱크에서 나온 철판을 재조립해 지어지는 6번 탱크는 서울의 도시재생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정보교류센터로 운영된다.
오해영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업화 유산이 원형을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문화비축기지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