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중심의 채용 문화에서 벗어나 실력과 열정 등 능력만 있다면 입사부터 임원까지 승진할 수 있는 ‘노스펙 고용 원칙’ 경영을 펼치고 있는 유통업체들이 늘고 있다. 학벌ㆍ성별ㆍ나이와 관계 없이 능력 위주로 채용하고, 채용 이후에도 능력에 따라 승진 기회를 부여한다. 이는 영업현장을 중요시하는 유통업계 특유의 기업 문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탐앤탐스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8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스펙 깨기 능력중심 채용박람회’에 참가해 능력 중심의 ‘프레즐러 마스터’ 채용에 적극 나섰다. 탐앤탐스는 인기 메뉴인 ‘프레즐’에서 이름을 딴 ‘프레즐러 마스터’ 직무를 도입, 능력 중심의 시간선택제 바리스타를 채용하고 있다.
탐앤탐스는 이날 구직자들을 위해 현장에서 채용 상담 진행 및 일자리 정보 등을 전달해 수십 명의 구직자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탐앤탐스의 황호림 인사전략본부장은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을 통해 탐앤탐스는 우수 인재를 확보할 수 있었으며, 경력 단절 여성들은 당당하게 사회에 복귀할 수 있어 모두가 큰 만족을 표시하고 있다”며 “이제는 더 나아가 학업과 근로의 병행을 희망하는 구직자들에게도 새로운 기회로 작용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CJ그룹의 계열사 CJ푸드빌ㆍCJ올리브영ㆍCJ CGV 등 3곳은 ‘뉴파트타임 잡’ 제도를 새롭게 만들어 능력 있는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정규직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아르바이트생을 대상으로 하는 이 제도는 일정 기간 근무 후 정규직 점장이 될 수 있는 반가운 채용 트랙이다. 또 3∼6년 후에는 경우에 따라 본사 이동도 가능하다.
회사 관계자는 “근무 기간만 채운다고 해서 모두에게 정규직 채용의 혜택이 제공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동료들과의 협업,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등 정해진 기준을 토대로 평가가 이뤄지는 만큼 노력과 실력이 검증되어야만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유니클로도 능력만 인정받는다면 아르바이트생(매장 스태프)으로 시작해 매장을 책임지는 점장까지 진급이 가능하다. 유니클로는 고졸 이상의 학력을 갖추고 주 40시간 근무가 가능한 지원자에게 매장 스태프로 근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중 경영자의 목표를 갖고 있는 이들이라면 승진의 기회를 노려 점장직 후보에 도전할 수 있다. 점장직 이후에도 계속 승진해 슈퍼바이저까지 진급한 직원들의 숫자도 적지 않다.
ABC마트도 ‘노스펙 고용 원칙’을 적용중이다. 전 직원 중 초대졸 이하를 가진 직원이 90%에 달할 정도다. 특별한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를 제외하곤 ‘매장 직원’을 채용하는 것도 특징이다. 영업현장을 중시하는 기업 문화 때문이다. 이는 창업주인 강정호 회장의 경영철학과 궤를 함께한다. 강 회장은 평소 “전략을 짜는 머리 역할을 하는 직원은 몇명만 있어도 된다”며 “정작 중요한 건 실행하는 조직”이라며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맥도날드는 아르바이트로 시작해 최고경영자 자리까지 오를 수 있는 열린 채용 시스템을 갖고 있다. 실제 맥도날드 미국 본사 매니저급의 70% 이상이 크루(매장 직원) 출신이며, 역대 글로벌 최고경영자 8명 중 6명도 크루 출신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