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기준금리를 전월보다 0.25%포인트 낮은 연 1.50%로 인하했다. 올해 성장률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2%대로 추락할 가능성에 선제 대응한 것이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작년 8월과 10월에 각각 0.25%포인트씩 내린 데 이어 올 3월에도 0.25%포인트 인하했다. 불과 10개월새 연 2.50%에서 1.50%로 1.00%포인트 내렸다.
◇메르스 복병에 금리인하 ‘백신’ 투약 = 이번 금리 인하의 가장 큰 이유는 그나마 회복세를 보이던 소비가 메르스 사태로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 데 따른 것이다.
이 총재는 6월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메르스로 인해 서비스업 등의 타격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경제주체들의 심리와 실물경제 활동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미리 완화하려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메르스가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소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과하다 싶을 정도로 소비심리 위축이 일어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특히 이 총재가 40여분간 지속된 이번 간담회에서 ‘메르스’라는 단어를 무려 17번이나 언급한 것이 눈에 확 들어온다. 1분당 2번꼴 메르스를 거론한 것으로, 이 바이러스는 확산된 지 20여일 만에 통화정책의 방향성을 바꿀 정도의 위력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앞서 이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에서 자산시장 회복, 심리 개선 등을 중점 거론하며 사실상 금리 인하 시그널을 끈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이번 메르스 사태가 국민의 건강뿐 아니라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요동’ 수준에 가깝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금리인하, 세월호 참사 땐 ‘4개월’ vs 메르스 사태엔 ‘20일’ 소요 = 또한 이번 전격적인 금리 인하에는 경기부진에 대한 우려와 함께 세월호 ‘학습효과’도 상당히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작년 4월에 세월호 사태가 발생한 후 그 부정적 악영향을 우려하면서도 금리 인하 ‘카드’ 쓰기를 망설였다. 그러나 결국 4개월 뒤인 그해 8월에 기준금리 하향 조치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에 시달렸다. 반면 이 총재는 메르스 사태 발생 20여일 만에 전격적으로 금리를 내려 논란이 발생할 소지를 사전에 차단했다.
◇7월 한은 수정 경제전망, 3.1%→2%대로 하락 가능성 = 추가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다음달 9일에 한은이 발표할 올 성장률 전망치는 2%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이 총재는 “내달 9일에 발표할 올 경제성장률 수정 전망은 지난 4월에 전망했던 것(3.1%)보다 다소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금리 인하로 감수해야 할 부작용도 상당하다. 한국경제 ‘뇌관’인 가계빚은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와 저금리 기조라는 두 개의 모터를 달고 지난 5월 말 현재 1100조원까지 넘어섰다. 또 미국이 이르면 오는 9월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의 추가 금리 인하는 자본의 급격한 유출 가능성과 경기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