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교정이었지요. 햇볕이 드는 그곳을 거닐면서 ‘교복을 입고 있는 이 시간은 아무리 발버둥 친다 해도 돌아올 수 없겠구나’란 생각이 문득 들었답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도 소중함을 아는 마음을 간직해야겠다고 다짐했지요.
어린 시절 제가 보던 어른들은 늘 생활에 찌들어 있는 모습이 한결같았습니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변하지 말아야지.’ 그때 제 좌우명이 생겼습니다. 선화예고에 진학해 발레를 했던 저는 누구의 결정도 아닌 오로지 제 선택으로 삶을 살았습니다. 운 좋게 국립발레단까지 가게 됐지요. 그랬기에 후회가 없었습니다.
배우가 되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남들에 비해 늦게 배우가 됐지만, 자아를 잃지 않고 지금껏 활동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배우가 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선 제게 ‘너도 곧 변하겠구나’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고 반박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사람은 직장이나 어딜 가든 어떠한 환경에서 변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100%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지요. 완전히 돌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합류는 하되 자신의 고집을 지켜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연예인이고 배우라고 하면 막연히 화려해 보입니다. 하지만 저 자신과 약속했기에 변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처음 화장품 모델로 발탁됐을 때, 그 순간 ‘좋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저 자신을 다잡았습니다. ‘오늘부로 발레리나가 아니라, 배우를 해나갈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지’라고 말이지요. 앞으로 ‘몇 살까지 연기할 거예요’라고 말씀드릴 순 없습니다. 다만 지금은 진행형이라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 순간 최선을 다해 계속 나아갈 겁니다.
(사진=나무엑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