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새로운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어게인’을 11일과 18일 2회에 걸쳐서 방송한다는 군요. ‘어게인’은 ‘스타들의 특별한 동창회’ 포맷의 예능으로 더 늦기 전에 우리 한 번 만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어게인’ 제작진은 그 당시 그 세트장은 물론 의상과 분장, 작은 소품들 하나하나 까지도 그대로 재현하는 등 마치 그 작품이 방송했던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현실감을 살리려 노력했다고 말했습니다. ‘어게인’ 동창회의 첫 주인공으로 선정된 팀은 1999년 방송된 MBC 드라마 ‘왕초’로 배우들은 당시 드라마를 촬영했던 경기도 양주시의 MBC 문화동산에 다시 모여 그 시절 추억에 젖었다고 합니다.
이 소식을 접하면서 떠오르는 장면이 하나가 있습니다. ‘왕초’ 제작발표회와 끝난 뒤 가진 회식자리입니다. 1999년 4월 5일 첫방송 해 1999년 7월6일 끝난 28부작 ‘왕초’는 거지왕 김춘삼을 모델로 한 드라마로 차인표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송윤아 김남주 김상경 이훈 이혜영 허준호 정준호 윤태영 박준규 김자옥 등이 출연했고 신인 이서진도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지금처럼 매체가 많지 않은 1999년 당시 제작발표회에는 20여명의 일간지, 경제지, 스포츠지 기자들과 주요 출연진이 하이라이트 영상을 본 뒤 질의 응답하는 순서대로 진행됐습니다. 제작발표회는 많은 시간이 주어져 연기자들에게 많은 질문을 할 수 있었지요. 못 다한 질문은 제작발표회가 끝나고 식당으로 옮겨 진행되는 회식자리에서 계속 됐습니다.
‘왕초’ 주연을 맡은 차인표가 우연찮게 제 옆자리에 앉게 돼 많은 질문을 했습니다. ‘사랑을 그대 품안에’로 스타덤에 올랐고 스타 신애라와 결혼, 미국 시민권 포기로 현역복무, 빼어난 외모, 소외된 이웃에 대한 사랑나눔 등으로 차인표는 당시 최고의 스타였지요.
그런 차인표에게 기자는 면전에서 비판성 질문을 하나 던졌습니다. “차인표씨가 스타이지만 연기가 매우 딱딱하고 자연스럽지 못하는 부분이 있고 연기의 세기가 부족한데 이에 대한 보완책이 있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얼굴을 붉힐 만도 한데 차인표는 차분하게 “정확한 지적입니다. 맞는 말씀이세요. 저역시 연기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왕초’에선 이전 작품보다 좋은 평가를 받을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일테니 열심히 봐주세요”라고 답했습니다. 그는 ‘왕초’에서 특유의 카리스마를 선보이며 이전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감정 연기의 선을 살린 연기력을 선보였습니다. 그는 ‘왕초’로 1999년 MBC연기대상 우수연기상 그리고 2000년 36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 수상을 했습니다.
톱스타 차인표는 2006년 영화 ‘한반도’에 출연할 때 만났는데 연기를 배우고 있다고 고백해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연기를 부족한 게 창피한 것이지 연기를 공부하는 게 부끄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요즘 한양대 연극학과 최형인 교수님에게 연기를 배우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들으며 역시 차인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