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선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으로 인해 8일 현재 87명의 환자가 발생했지만, 아시아 첫 메르스 발생국인 말레이시아에선 메르스 환자 입국 뒤 15일 만에 상황이 종료되고 추가 환자도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에 따르면 성지 순례를 위해 17명의 일행과 함께 지난해 3월15∼28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를 방문한 말레이시아 남성(54)은 같은달 2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돌아온 지 6일 만인 4월4일 첫 증상인 ‘불편한 느낌(feeling unwell)’을 보였다.
그래서 7일 클리닉(의원급)을 방문해 치료받던 이 남성은 기침이 나고 호흡이 가빠지자 10일 공립병원 응급실을 방문했고, 같은날 이 병원에 입원했다. 이 남성은 13일 숨을 거뒀고, 다음날인 14일 아시아 첫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진행된 역학 조사에서 이 남성은 사우디 순례 도중인 3월26일 낙타 농장을 방문했고, 낙타유를 마신 것으로 확인됐다. 이 환자 관련 연구 결과는 ‘유러서베일런스(Eurosurveillance)’지 2014년 5월8일자에 실렸다. 또 ‘미생물, 면역학과 감염(Journal of microbiology, immunology and infection)’지 올해 최근호에도 소개됐다.
두 논문엔 따르면 말레이시아 환자는 기저질환으로 당뇨병을 앓고 있는 메르스 고위험 군에 속했다.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체온은 36.7도로 열이 거의 없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이 남성은 메르스 환자로 확진되기도 전인 병원 입원 당일 격리병실에 수용됐다. 병원에서 항바이러스 약인 타미플루를 먹었지만 증상이 악화돼 도관(튜브) 삽입술을 받았고, 결국 폐렴과 다 장기부전에 빠진 뒤 사망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메르스 환자와 긴밀 접촉한 가족ㆍ친구ㆍ의료진 등 199명을 찾아내 메르스 감염 여부를 검사했다. 여기엔 메르스 환자와 순례여행을 함께 했거나 귀국 항공기를 동승한 사람들도 포함됐다.
말레이시아 보건부는 유러서베일런스 논문에서 “항공기 동승객 24명 중 3명과 접촉이 닿지 않자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신문에 광고도 냈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메르스 환자도 클리닉에서 치료를 받다가 병원으로 옮겼지만, 말레이시아 방역 당국이 이 환자와 긴밀 접촉한 199명을 검사한 결과 전원 메르스 바이러스 음성이었다. 말레이시아 사례와 비교할 때 국내 보건 당국의 방역체계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한편 이날 현재 한국의 메르스 환자수는 87명으로 전 세계에서 사우디아리비아(1002명)에 이어 두 번째로 메르스 환자수가 많아졌다. 메르스 환자 수 세계 3위인 아랍 에미리트에선 76명이 감염돼 10명이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