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진도군 조도면에 있는 외딴섬 ‘가사도’. 여의도 두배 면적(6.4㎢)에 168가구에 280명이 거주하는 조그마한 섬이지만 뭔가 특별한 별칭을 가지고 있다. 바로 국내 첫 ‘에너지 자립섬’이다.
작년 10월 한국전력이 가사도에 국내 최초로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을 기반으로 한 마이크로그리드(MG: Micro Grid) 기술을 적용하면서 자체적으로 전기 생산, 저장, 소비가 가능한 에너지 자급자족 섬으로 탄생한 것이다.
지난달 29일 진도 가학선착장에서 한국전력 동력선을 타고 20여분간 바다를 가로질러 가사도에 도착하니 하얀 날개를 펼치고 언덕 위에 우뚝 서 있는 풍력 발전기와 태양광 발전기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가사도는 섬에서 사용되는 전력의 80%를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만 충당하고 있다. 나머지는 경유를 사용하는 디젤발전기와 비상 전원에 의지한다.
가사도 선착장에서부터 정면으로 보이는 언덕길을 따라 300m 정도 올라가 보니 마이크로그리드 센터가 보였다. 마이크로그리드는 풍력발전, 태양광발전과 같은 신재생에너지와 배터리로 구성된 소규모의 전력공급 시스템으로, 좁은 지역에서 깨끗하고 양질의 전력을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 자립섬의 기반기술이기도 하다.
MG센터에는 에너지운영시스템(EMS)과 섬내 발전설비 상황을 볼 수 있는 현황판, 인버터,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인버터 등의 시설이 들어서 있다. 전력연구원이 개발한 EMS 도입을 통해 가사도는 섬내 전력 수요에 따라 신재생설비에서 나오는 전력의 공급과 저장을 자동 조정하고 있다.
섬 지역은 육지에 있는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바다 건너까지 송전(送電)할 선로를 설치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가사도도 발전비용이 비싼 디젤발전기에만 의지해왔다. 때문에 심각한 전력난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에너지 자립 시스템’ 구축 이후 전력공급이 원활해져 이곳 주민들은 소득증대를 위한 전복, 톳 등 양식사업에도 적극 나설 수 있게 됐다.
또 디젤 연료비와 발전기 유지ㆍ보수 비용도 크게 줄었다. 송일근 한전 전력연구원 마이크로그리드 연구사업단장은 “과거 디젤발전기를 사용했을 때 연간 7억원 가량의 적자가 났지만 MG 구축 후에는 발전단가가 kw 당 1100원에서 1060원 수준으로 떨어져 디젤발전기를 거의 가동하지 않고도 지금까지 1억5000만원의 유류비를 절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간으로는 3억2000만원의 절감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MG센터에서 나와 왔던 길을 되돌아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보니 100kW 출력이 가능한 풍력발전기 4기가 설치된 언덕이 모습을 드러냈다. 현재 국내에 있는 풍력발전기 다수가 2~3MW급인 것을 고려하면 규모가 아주 작은 설비다. 도착 당시 풍속이 3.5m/s가 넘어야 돌아가는 풍력발전기 4기 중 2기가 돌고 있었다. 초속 3미터 이상 바람이 불면 발전기가 자동으로 돌아간다.
처음에는 풍력발전의 심한 소음 등으로 주민들의 불만도 적잖았지만 두차례의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소음이 나지 않는 모델 등을 선택한 결과 주민들도 지금은 만족하고 있다고 한전 측은 전했다.
가사도를 둘러보니 이색적인 태양광 발전시설도 눈에 띄었다. 저수지 위에 설치된 ‘수상 태양광’이었다. 채우규 마이크로사업단 선임연구원은 “수상 태양광 설비는 설치비가 1.2배 정도 더 많이 들지만 유휴부지를 활용한 발전으로 농지를 절약할 수 있고 온도를 낮춰 출력을 10~13% 정도 더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전은 가사도 MG 시범 운영 경험을 기반으로 해외 선진시장에 마이크로그리드 기술을 해외에 수출하는 성과도 올렸다. 올해 3월부터 오는 2017년 2월까지 2년간 21억원을 투입해 캐나다 전력회사인 파워스트림사와 캐나다 온타리오주를 대상으로 배전급 MG 운영시스템을 현지화하고 실제 배전선로를 설치 실증하기 위한 공동연구를 진행한다.
또 모잠비크 등 아프리카 지역 전력사업 진출을 위한 소규모 MG 기술 현지화 사업도 추진 중이다.
마이크로그리드 시장은 오는 2020년까지 전세계 4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