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이 고르고 고른 인물이지만 그가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얻기는 어렵다고 본다. 시대의 요구와 감성에 맞지 않는다. 국무총리라는 자리에 어울리는 품과 틀과 결이 부족하다. 대통령 앞에서 한마디도 제대로 하지 못할 인물로 보인다.
어쨌든 그는 청문회를 거쳐 총리가 될 것이다. 여당은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다는 눈치이고, 야당도 총리를 연거푸 낙마시키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을 고려해 황 후보자를 고른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참에 몇 가지 점검이나 해보자. 우선 그는 야당이 우려하고 지적하는 공안통치라는 문제에 대해 유연한 자세를 갖출 수 있어야 한다. ‘미스터 국보법’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공안과 사회의 안녕질서 유지에 경도된 점은 대통령에게는 큰 장점일지 몰라도 자유와 창의를 추구하는 일반 국민과의 괴리가 클 수 있다.
황 후보자는 지난 4월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 애국가를 4절까지 완창하지 못한 검사들에게 “헌법 가치 수호의 출발은 애국가”라고 훈계했다고 한다. 장관 축사를 읽던 그는 “헌법 가치 수호는 나라 사랑에서 출발하며 나라 사랑의 출발은 애국가”라며 “기본이 애국가인데 다 잘 부를 수 있어야 한다”고 원고에 없는 말을 했다. 그가 장관으로 부임한 이후 법무부 주관 행사에서는 대부분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고 있다.
2010년 7월 제정된 국민의례규정에 따라 정부 행사에서는 반드시 애국가를 불러야 하지만 4절까지 다 부를 필요는 없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2013년 2월 취임 후 첫 3·1절 기념식에서 4절까지 부른 다음부터 ‘애국가 스트레스’가 번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9일 청와대 회의에서 영화 ‘국제시장’을 언급하며 “부부 싸움을 하다가도 애국가가 퍼지니까 경례를 하더라. 그렇게 해야 나라라는 소중한 공동체가 어떤 역경 속에서도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한 이후 공직자들은 ‘애국’을 더 의식하게 됐다.
애국가를 4절까지 다 부를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4절에는 ‘이 기상과 이 맘으로 충성을 다하여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라는 애국가의 핵심적 가사가 나온다. 하지만 4절까지 안 부를 수도 있다. 문제는 강요하거나 강제하는 분위기이며 그러지 않는 이들을 ‘비애국자’로 보는 것이다.
종교문제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가 전도사로 활동해온 적극적 기독교인이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종교인 과세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 같다. 2012년에 낸 저서 ‘교회가 알아야 할 법 이야기’에서 “담임목사가 아닌 부목사, 강도사, 전도사 등의 사택에 대해 세금 부과 대상이 된다고 판결한 법원의 견해는 지극히 잘못된 것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고 했다. 그가 총리가 될 경우 내년부터 시행키로 한 종교인 과세에 변화가 오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불교계 시민단체들과 천주교, 원불교 단체들은 ‘황교안 국무총리 임명 저지를 위한 범종교인 연석회의’를 결성했다. 폐쇄적, 배타적, 공격적인 종교관에 의한 국정 운영이 우려되며 공직자로서 국민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황 후보자는 법무장관으로 지명된 이후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5일간 근무했다고 1억여 원을 받았다고 한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은 그가 받은 수임료가 당초 알려진 15억 9000만원보다 1억1700여 만원 많은 17억700여 만원이라는 것이다. 차액이 장관에 지명된 이후 추가로 받은 급여와 상여금이라고 한다. 이 돈이 축하금이나 보험금이라는 비판에 대해 황 후보자는 “잘못된 부분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돈을 준 데는 명분과 이유가 있을 것이고 법적인 문제도 다 검토했을 것이다. 문제는 받는 사람이다. 장관에 지명된 상황이라면 몸가짐이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받을 수 있지만 받지 않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할 수도 있지만 안 할 수도 있는 것’, 그는 이런 걸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 불통 대통령에 먹통 총리가 걱정스러운 것이다. fusedt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