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의 시대가 막을 내릴 조짐이다. 미국 사법당국이 광범위한 뇌물수수와 돈 세탁 등 부정부패 혐의로 FIFA 고위 관계자들을 전격 기소했다.
미국 법무부는 27일(현지시간) 공갈과 온라인 금융사기, 돈세탁 공모와 탈세 등 47개 혐의로 FIFA 전현직 고위간부 9명과 스포츠마케팅업체 임원 4명, 뇌물수수 중재자 1명 등 총 14명을 기소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스위스 사법당국은 이날 오전 FIFA 본부가 있는 취리히의 한 호텔에서 회의장을 급습해 고위 임원 7명을 긴급 체포했다. 이들은 미국으로 보내진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법무부는 스포츠마케팅업체들이 각종 국제축구대회에서 마케팅과 중계권 등을 따내기 위해 1억5000만 달러(약 1657억원)가 넘는 뇌물과 리베이트를 FIFA 측에 건넸다고 밝혔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개최국 선정과정에서도 뇌물이 오갔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미국 검찰과 연방수사국(FBI) 등은 지난 수년간 FIFA에 대해 광범위한 조사를 벌여왔다. 미국은 뇌물수수 모의가 자국에서 이뤄졌고 미국 은행을 통했기 때문에 자신들이 수사권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FIFA에서 제프리 웹 부회장과 에우헤니오 피게레도 부회장, 라파엘 에스퀴벨 남미축구연맹 집행위원, 호세 마리아 마린 조직위원, 나콜라스 레오지 전 집행위원, 에두아르도 리 집행위원, 홀리오 로차 발전위원, 코스타스 타카스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 회장 보좌관, 잭 워너 전 부회장 등이 기소 명단에 올랐다.
로레타 린치 미국 법무장관은 “이들은 자신의 지갑을 부풀리면서 국제축구계를 타락시켰다”며 “1991년부터 20여 년에 걸쳐 높은 지위를 이용해 뇌물을 요구했다. 이런 부패 관행을 척결하고 위법행위자를 법정에 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블래터 회장은 당초 29일 열리는 회장 선거에서 5선을 노렸으나 이제 자신의 앞날을 걱정해야 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선거를 연기해야 한다며 총회 불참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소대상에 블래터 회장이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따라 블래터도 조사를 받을 수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나이키 등 FIFA 후원사와 클린턴재단에도 불똥이 튀게 생겼다. 미국 법무부는 이날 기소장에서 “A사가 브라질 국가대표 후원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일부 돈이 뇌물과 리베이트 등으로 FIFA에 흘러들어갔다”고 밝혔다. 나이키는 1996년 브라질과 10년 용품공급계약을 맺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일가의 자선재단인 클린턴재단은 FIFA로부터 5만~10만 달러 사이의 기부금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