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는 '삼성: 부드러운 승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 15일 삼성생명공익재단·삼성문화재단 이사장에 선임된 이재용<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이 28년 전 이건희 회장 당시보다 더 어려운 과제를 떠안았지만 각광받는 길로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이코노미스트는 "1987년 고(故) 이병철 창업주 별세 이후 2주 만에 그룹을 승계받은 이건희 회장은 당시 어중간한 규모였던 한국의 재벌을 IBM이나 GE 같은 거인으로 키우겠다는 명확한 목표를 설정했다"며 "그 결과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내놓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약 30년 후 세계 최대 전자 메이커로 커진 삼성은 '거상(巨像)의 왕조승계 과정 한가운데 놓여 있다"고 해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부회장의 사회공헌·문화예술지원 목적의 재단 이사장으로서 오너 일가의 공식적 얼굴이 된 것을 두고 그의 이미지를 더 부드럽고 사색적인 리더로 만드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부회장이 수개월 내에 삼성전자의 리더십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부회장에 대해서는 다면적 평가를 내렸다. 낮은 자세(low-key)에 놀라지만 때로는 열정적이고 유쾌한 면모도 발휘된다는 것. 특히 자식처럼 여기는 바이오의약 신사업 쪽에선 통찰력을 엿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이사회 멤버는 아니지만 최근 일련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걸로 생각하는 건 너무 순진하다"고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새로운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6'가 '이재용 폰'으로 불린 것과 2002년 1000만대 넘게 팔린 삼성 최초의 히트작 SGH-T100이 '이건희 폰'으로 불린 사례를 비교하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경쟁과 협력,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삼성의 한국적 뿌리와 글로벌한 미래’ 간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숀 코크란 CLSA증권 수석투자분석가는 "이 부회장이 최고고객책임자(CCO)로서 수년간 까다로운 문제를 맡아왔고 다루는 요령도 생겼다"고 평했다. 하드웨어가 강점인 삼성, 그리고 하드웨어 엔지니어가 지배하는 기업 문화 속에서 스마트싱스(IoT 분야), 루프페이(모바일결제) 인수와 실리콘밸리 오픈이노베이션랩 건설은 삼성이 새로운 면모를 보이는 것이란 설명이다.
삼성이란 조직은 헌신과 충성도가 강점이지만 다양한 배경의 삼성맨을 끌어가기 위한 전략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삼성의 사업구조 재편에 대해 "삼성을 단순한 기업집단에서 투자친화적 그룹으로 바꾸고자 제대로 된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이 진행 중"이라며 "빠른 행보가 주주들에게 삼성의 리더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을 심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