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가 되기 위해, 연기자로 활동하기 위해, 더 나아가서는 스타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오디션장이나 방송사를 찾는 수많은 연예인 지망생을 만난다. 이들에게서“정말 가수가 되고 싶어 제 인생을 걸고 도전하고 있어요.”“연기자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도전하게 됐어요”라는 말을 정해진 정답처럼 듣는다.
연예인 지망생들의 입에서 나온 ‘도전’이라는 단어가 2013년 4월23일의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로 이끈다. “두렵기도 하다. 그동안의 나를 탈피하고 싶었다. 새로운 도전이다.” 무대에 선 그도‘도전’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바로 조용필이다. “한국음악사에서 1이라는 숫자는 조용필을 위해 남겨둬야 할 영구 결번이다”라는 한 음악평론가 언급처럼 한국 대중음악에서 ‘최고’ ‘1위’‘국민’이라는 수식어는 조용필을 위해 존재한다. 그런 조용필이 10년만에 내놓은 19집 앨범 ‘헬로’쇼케이스 무대를 가졌다.
‘헬로’에 수록된 10곡은 발라드, 팝에서 프로그레시브, 일렉트로닉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실험과 파격으로 조용필이 언급한 ‘도전’ 그 자체였다. 19집 앨범만 봐도 우리가 ‘조용필’이라고 부르고 ‘가왕’이라 읽는 이유가 단적으로 드러난다. 인기와 명성에 안주해도 충분하다고 대중은 인식한다. 하지만 조용필은 자기 틀을 깨고 새로운 도전으로 한국 음악의 지평을 또 한번 확장했다.
가수로서 살아온 40여년간의 조용필 삶의 궤적은 음악에 대한 무한 도전과 자기 혁신 그 자체였다. 물리적 나이와 상관없이 조용필을 지난 40여년 동안 최고 가수로 인정하게 만든 원동력은 음악을 향한 끝없는 도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음악의 지평을 확장하기위한 조용필의 지난한 도전은 시대와 함께 호흡하면서도 시대를 앞선 음악 스타일을 구축했다. 이 음악이 한국 대중음악의 튼실한 토대가 된 것이다. 그래서 조용필은 그 자체가 장르가 되고 한국 음악사는 조용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가왕’ 조용필에서 보듯 도전은 이처럼 개인의 꿈을 실현시킬 뿐만 아니라 인생의 지평을 확장시키고 한 분야의 진화를 가져온다. 더 나아가 역사와 신화를 만들기도 한다.
‘도전(挑戰)’은 정면으로 맞서 싸움을 걺 또는 어려운 일의 성취나 기록 경신 따위에 나서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뜻이다. 도전이라는 두음절의 단어가 개인의 현실 속에서 구현이 되면 그 긍정적인 파장과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다양한 도전이 오늘의 삶과 역사, 사회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장실에서 소리가 들린다. 소리도 지르고 울먹이기도 한다. 큰일이 났나 했다. 한 중견 여자 연기자였다. 그녀의 손에 노력의 흔적을 보여주는 너덜너덜해진 드라마 극본이 들려 있다. 화장실에 가는 순간까지 연기 연습을 한 것이다. 우리 시대 최고의 연기자로 꼽히는 나문희다.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연극까지 종횡무진이다. 2014년 9월 서울 대학로 연극 ‘황금연못’제작발표회장에서 그녀를 만났다. 왜 힘들고 고달픈 연극을 하느냐고 물었다. “연극을 하는 것도, 새로운 작품을 선택하는 것도 모두 도전이지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은 늘 힘이 들지요. 도전해서 결과가 좋지 않을 때도 있지만 설사 실패한다고 해도 나를 많이 발전시키더라구요. 그래서 도전하는 것이지요. 오늘의 내가 있는 것은 크고 작은 도전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나문희에게서 돌아온 대답이다. 1961년 라디오 성우로 첫발을 디딘 뒤 드라마와 시트콤, 영화, 연극무대를 오가며 55년째 연기활동을 나문희는 매일 매일이 도전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문희 처럼 모두가 도전을 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스타덤에 올라 성공을 한 연예인중 인기와 명성, 성공에 안주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지 않는다. 한 작품이나 음악으로 성공을 해 CF나 행사에만 전념하며 수입을 올리는 등 성공의 과실만을 취하는데 급급하다 결국 대중의 외면을 받아 추락하는 스타들이 부지기수다. 일반인들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분야에서 어느 정도 성취를 하게 되면 안주하게 된다. 왜냐하면 도전은 수많은 노력과 시간, 고통이 뒤 따른다. 또한 도전은 이미 성취한 것을 포기하거나 잃을 수 있는 위험도 도사린다. 이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도전을 포기하고 현재의 상황에 안주한다.
도전 하는 이는 대부분 도전이 성공할 수 있도록 치열한 노력을 하며 힘든 고통을 감내한다. 조용필은 “목숨 걸고 연습과 노력을 한다”라고 말했고 나문희는 “새로운 작품을 선택해 연기나 캐릭터 분석이 잘 되지 않을 때 때 너무 고통스러워 잠을 못 이루는 경우가 많다. 너무 힘들 때는 새로운 도전을 후회하기도 하지만 도전 과정에서 흘리는 땀은 결코 연기 인생에 헛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이같은 노력과 고통이 수반되기에 도전은 실패해도 삶을, 인생을 확장시킬 뿐만 아니라 사회를, 역사를 진화시키는 것이다.
도전은 그 자체가 아름답고 가치 있는 것이다. 2014년 11월16일 한 여자 스타가 숨을 거뒀다. 그녀의 나이 63세다. 한때는 눈물을 흘리게 한 멜로의 여왕으로 한때는 웃음을 주는 철없는 공주로 대중을 만난 김자옥 이다. 그녀의 죽음은 충격이었다. “대장암 다 치료 됐어요. 드라마 다시 하니까 살 것 같아요. 드라마를 하면 정말 내가 살아있는 것을 느껴요”라고 말하던 김자옥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암이 폐로 전이된 상황에서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꽃보다 누나’(2013년 11월 29일~2014년 1월 17일 방송)에 출연해 시청자에게 즐거운 웃음을 선사했다. 그녀는 암 치료를 하면서 연예인으로서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 시청자에게 웃음과 감동을 준 것이다. 이 때문에 김자옥의 도전은 그 자체로 의미 있고 숭고하기까지 하다.
도전과 혁신의 아이콘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자기가 만든 회사에서 해고당하는 죽음보다 더한 고통에서 새로운 도전이었던‘Pixar’를 통해 세계 애니메이션 역사를 바꿨고 췌장암 진단을 받고도 새로운 휴대폰 작업에 도전해 전 세계에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 온 스마트폰 신화를 만들었다. 스티브 잡스는 2005년 6월 스탠포드 졸업식에서 축사에서 말했다. “지난 30여년 동안 나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내 자신에게 묻는다. ‘오늘이 내 인생 마지막 날이라면 지금 하려고 하는 일을 계속 할 것인가’라고. 며칠 연속 ‘No’라는 답을 얻을 때마다 변화와 도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모든 외부의 기대, 자부심, 수치스러움, 실패의 두려움은 죽음 앞에서 모두 떨어져나가고 오직 진실로 중요한 것들만 남기 때문이다.”
김자옥 역시 죽음 앞에서 스티브 잡스가 말한 진실로 중요한 대중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연예인으로서 활동을 선택해 도전한 것 이었다. 도전은 이처럼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성공과 실패에 상관없이 아름다운 파장과 의미를 남긴다.
“길이란 걷는 것이 아니라 걸으며 나아가는 것이다. 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누구나 그 길을 걷는 것은 아니다. 다시 길이다.”2014년 대한민국을 강타한 드라마‘미생’의 주인공 장그래의 마지막 대사다. 걸으면서 길을 만드는 것이 바로 도전이다. 길은 누구에게 열려 있지만 걸어서 길을 만드는 도전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취재 현장에서 만나는 연예인 지망생들에게, 강의를 듣는 대학생들에게, 현장을 함께 누비는 후배 기자들에게 늘 말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자신에게 다짐한다. “다른 사람의 삶을 살며 그리고 다른 사람의 시선에 의해 디자인된 인생을 사느라 시간 낭비하지 말라. 타인의 시선과 생각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과 인생을 삼키는 일은 없도록 하라. 하루 24시간은 모두에게 존재하지만 그 하루의 문양은 모두 다르다. 하루를 도전으로 수놓아라. 도전을 하다 좌절할 수 있고 장벽을 만날 수 있다. 도전 과정에서 만나는 좌절과 장벽은 절실하게 원하는 것을 더 일깨워준다. 살아 있는 동안 도전하라, 끊임없이!”
미래와 꿈은 도전해야만 자신의 것이 되고 현실이 된다. 도전하지 않으면 미래는 그저 나와 무관한 미래일 뿐이며 꿈은 현실과 동떨어진 꿈으로만 머물 뿐이다. 수많은 사람이 말한다. “내 인생을 책으로 만든다면 수백권의 책이 될 것이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도전이 거세된 삶은 물리적 인생의 시간이 길다 하지라도 몇 페이지에 불과하다. 인생이라는 책을 풍부하고 의미 있고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그 사람의 도전에 비례한다. 이래도 당신은 지금 새로운 도전에 나서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