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땅콩회항' 논란을 빚으며 재판에 넘겨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지난해 12월 5일 미국에서 사건이 발생한 지 169일 만이다.
지난해 12월 5일 조 전 부사장은 승무원에게 견과류의 일종인 마카다미아넛 제공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성을 지르고 행패를 부렸고, 기내서비스 책임자인 박창진 사무장을 내리게 하기 위해 비행기를 되돌렸다.
사건 발생 3일만에 국토교통부는 항공법 및 한공안전·보안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고, 12월 10일 조 전 부사장은 대한항공 관련 모든 보직에서 사퇴했다. 이날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서울서부지검에 조 전 부사장을 항공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12월 11일 대한항공본사와 인천공항 출장사무소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시민단체 고발장을 접수한 지 하루만에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16일 국토교통부는 항공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조 전 부사장을 검찰에 고발했고, 다음날인 17일 조 전 부사장은 서울서부지검으로 출석해 12시간에 걸친 조사를 받았다.
조사를 벌인 지 1주일여가 지난 12월 24일 검찰은 조 전 부사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같은달 30일 법원 영장을 발부하면서 조 전 부사장은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됐다. 사건발생 25일만이었다.
지난 1월 7일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을 기소했다. 기존 항공보안법 위반 외에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도 추가적용했다. 다음달 12일 1심 재판부는 기소된 지 한달여만에 조 전 부사장이 회항을 지시한 것은 항공보안법상 '항로변경죄'에 해당한다며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2심 재판 역시 속전속결이었다. 지난 4월1일 1차 공판에서 항소심 재판부는 "3번만에 재판을 끝내겠다"고 공언했다. 실제 20일 결심공판이 진행됐고, 다음달인 5월 22일 재판부는 두달여 만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사건 발생일부터 5개월여 만에 2심재판까지 마쳐진 셈이다. 아직 검찰의 상고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