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 부호인 셰이크 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흐얀의 회사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제기한 소송에 이어 두 번째 ISD에 휘말리게 됐다.
21일 세계은행 산하 중재기구인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홈페이지에 따르면 '하노칼 인터내셔널 B.V.'와 'IPIC 인터내셔널 B.V.'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 중재를 신청했다.
하노칼은 아부다비 국영석유투자회사인 IPIC의 네덜란드 자회사다.
IPIC는 석유, 에너지 관련 투자를 위해 세운 회사로 UAE의 왕족인 만수르가 회장을 맡고 있다. 하노칼은 1999년 현대오일뱅크 주식 50%를 취득한 뒤 2010년 8월 보통주 4천900만주(총 발행주식의 20%), 우선주 7천350만주(30%)를 현대중공업에 1조8천381억원에 팔았다.
현대중공업은 하노칼에 매매대금을 지급할 때 대금의 10%인 1천838억원을 원천징수해 국세청에 납부했는데, 하노칼은 이것이 한국과 네덜란드 사이의 이중과세 회피 협약에 어긋난다며 원천징수액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이후 국세청이 요구를 거절하자 하노칼은 국내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울산지법, 부산고법에서 모두 패소했고, 현재는 대법원 상고 중이다. 앞서 국내 법원들은 하노칼이 한·네덜란드 조세조약을 적용받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한국 정부가 ISD에 따른 국제중재 절차에 들어가는 것은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와의 사례에 이어 두 번째다.
앞서 론스타는 한국 정부의 외환은행 매각 지연과 불합리한 과세로 46억7천900만 달러(약 5조1천억원) 상당의 손해를 봤다며 배상을 청구하는 ISD를 신청했고, 최근 본격적인 구두변론을 하는 심리가 미국 워싱턴 D.C.에서 시작됐다.
사건이 ICSID에 등록되고 나면 중재인 선정 절차가 시작된다. 이후 중재재판부가 구성되면 재판 기일과 절차가 결정되고, 구술재판과 서면 제출 등이 이뤄진다. 국제중재의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는 통상 수년이 소요된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ICSID가 중재 요청을 등록한 게 하노칼 주장을 받아들인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기획재정부·외교부·법무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국제중재재판부에서 하노칼 주장의 부당성을 적극 제기하는 등 중재수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