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증시가 심상치 않다. 단기간에 급등했던 재벌기업들의 주가가 연쇄 폭락하는 등 극도의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홍콩 부동산 재벌 판쑤퉁이 이끄는 골딘파이낸셜홀딩스과 골딘부동산홀딩스의 주가가 21일(현지시간) 전일 대비 각각 43%, 41% 폭락했다.
리허쥔 하너지그룹 회장이 이끄는 하너지박막발전그룹의 주가가 홍콩증시에서 30분도 안 돼 47% 폭락한 지 하루만에 비슷한 상황이 또 벌어진 것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앞다퉈 주식을 매수했다가 하너지 악재가 터지자 차익실현을 위해 갑작스럽게 투매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판쑤퉁의 두 회사는 갑작스런 주가 폭락으로 인해 시가총액이 210억 달러(약 23조원) 증발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판쑤퉁 회사의 요동치는 주가는 홍콩증시가 현재 얼마나 불안정한 상태인 지를 입증한다는 평가다.
두 회사의 주가는 지난주에만 무려 350% 이상 폭등, 그동안 대외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판쑤퉁 회장은 블룸버그가 집계한 아시아 부호 순위에서 4위로 껑충 뛰기도 했다. 그는 올해 재산 증가폭이 220억 달러에 달했지만 최근 이틀새에 벌어들인 돈 대부분을 날린 셈이다.
하너지와 골딘파이낸셜, 골딘부동산 등 세 회사가 최근 주가 폭락에 입은 장부상 손실은 총 360억 달러에 달한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했다. 이들 모두 기업 실적 악재나 주가에 영향을 미칠만한 빅이슈는 없었다.
판 회장은 지난 12일 회사 주가가 폭등했을 당시 인터뷰에서 “도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나는 주식을 전혀 사지 않았다”며 “시장에서 매수세가 유입된 사실은 알고 있지만 누가 사들이는지는 모른다”며 의아해했다.
니겔 데이비스 홍콩대 법대 부교수는 “홍콩증시는 예측할 수 없는 ‘카지노’와 같은 상태”라며 “지금 주가와 펀더멘털은 전혀 관련이 없다. 투자자들은 도박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후강퉁’으로 홍콩증시에 중국 본토의 개인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면서 이들의 맹목적인 투자에 변동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